세상사는 이야기-글쓰기는 나눔이다
세상사는 이야기-글쓰기는 나눔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7.19 18: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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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글쓰기는 나눔이다


향긋한 냄새가 가득하다. 일요일 아침, 텅 빈 사무실에 꽃병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활짝 핀 백합 다섯 송이에서 흘러나온 향기가 창밖에 내리는 빗물처럼 내 몸 안으로 적셔 들어왔다.

지난해 딱딱해 보이는 경찰서 수사과 사무실 이미지를 개선 해 볼 요량으로 꽃병 하나를 마련했다. 예쁘고 향이 좋은 프리지아, 장미, 백합 같은 꽃을 사서 꾸준히 꽂아 두곤 했다. 방문 민원인들을 위한 작은 배려의 표현이었다.

“향기가 좋습니다”, “경찰서에 꽃이 다 있네요”라는 관심과 칭찬이 이어졌다. 만원 한 장으로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꽃향기 나는 일터에서 일하는 행복을 누렸다. 이런 작은 시도가 소통과 나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불교경전의 하나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무재칠시(無財七施)’ 이야기가 나온다.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이다.

첫 번째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사람을 편안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하는 안시(眼施)다. 두 번째는, 밝고 기쁜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다. 세 번째는, 공손하고 아름다운 칭찬·격려·위로의 말로 상대방을 대하는 언사시(言辭施)다. 네 번째는,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신시(身施)다. 다섯 번째는, 어질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심시(心施)다. 여섯 번째는,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말하는 상좌시(床座施)다. 마지막은, 잘 곳이 없는 사람에게 방을 내주는 방사시(房舍施)다.

나눔이란, 특별한 재능이나 재물 기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 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훌륭한 나눔이 될 수 있다. 감동을 주거나 교훈이 담긴 내용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부족해도 진심이 담긴 이야기라면 충분하다.

소소한 일상의 경험담과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쓴 글이 더 친근감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08년 10월, 용기를 내서 《좋은생각》 이라는 잡지사에 글을 보냈다.

한 동안 잊고 있다가 ‘아름다운 아버지의 그림자’라는 원고가 채택 됐다는 소식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

‘아픈 자식을 등에 업고 십리 산길 너머에 있는 약방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준 젊은 아버지가 뇌졸중에 걸려 옛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이다.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에게 그 시절을 연상시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드렸다.

필자가 읽은 것은 글이 아니라 지난 추억을 함께 나눈 것이었다. 아버지의 입가에 핀 작은 미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어떤 이는 내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놨고, 웃음이 묻어나는 초등학생의 감상문도 검색이 됐다.

필자는 내부 게시판이나 신문,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꾸준히 글을 써왔다.

내부 게시판은 업무용 경험담을 비롯한 현장지식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경험한 것들을 글이란 소통 매체를 통해 동료들과 나누며 더 좋은 업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일상의 모습이나, 순간 떠오른 생각, 우연히 발견한 꽃 사진을 많이 담았다.
이 모두가 소통 하고 싶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읽으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키우고 발전의 계기도 됐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와 치유를 얻기도 했고, 어떤 때는 희망과 용기가 샘솟아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내 이야기라는 향기를 세상에 뿌려 주는 일이다.

잘 쓰는 글과 못 쓰는 글의 차이는 ‘진심’이 있느냐의 차이 하나뿐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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