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영어캠프 보냈더니 온몸 멍투성이로 귀가
여름영어캠프 보냈더니 온몸 멍투성이로 귀가
  • 박철기자
  • 승인 2017.08.22 18:3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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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서열싸움…관리·감독 부재
▲ 산청군이 예산을 지원하고 진주교대 부설 평생교육원이 주관해 지난달 31일부터 19일까지 산청군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진행된 여름영어캠프에 참가했던 한 학생의 온몸에 피멍이 들어있다.

지난달 초등학생 아이를 여름영어캠프에 보냈던 학부모 A씨(산청군)는 캠프가 끝나고 돌아온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는 몸에 온통 피멍이 들고 기가 죽어 있었다.


A씨는 아이를 통해 캠프에서 서열싸움 리그전이 벌어져 그렇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산청군과 교육대학에서 하는 교육이라 믿을 만하다며 아이를 보냈는데 어떻게 관리한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캠프는 지난 6월 산청군의 2017년 서민자녀 맞춤형 교육지원사업에 진주교대 부설 평생교육원이 선정돼 지난달 31일부터 19일까지 산청군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이는 올 7월과 내년 1월 방학 기간 영어캠프와 자기주도학습, 진로캠프 등에 총예산 2억 6000만원이 투입되는 보조사업의 일환이다.

캠프에는 서민자녀 65명(중학생 23명, 초등학생 42명)이 참가했다가 2명이 중간 퇴소해 63명이 끝까지 참여했고 지난 19일(중학생은 12일) 수료식을 가졌다.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에 따르면 입소 3일째부터 초등 4학년생 2명이 주도한 서열싸움이 리그전 형태로 계속돼 자칫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싸움 리그전에 참가했던 한 3학년 학생은 “밤 8시께부터 취침 전까지 2~4회 정도씩 리그전으로 싸움을 벌였다”며 “일부 학생은 입술이 터지고 발바닥을 다쳐 피를 흘렸으나 4학년생이 비밀로 하라고 하며 부모와 통화할 때도 감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 사태는 어린 학생들의 치기어린 서열싸움으로 치부하기엔 주관·감독기관의 교육시스템과 관리감독, 상황 대처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캠프 보조교사들은 학생 1명이 모기약을 바르기 위해 직접 찾아간 지난 16일에야 사태를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학생의 몸에 멍이 든 것을 보고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반성문을 작성시키고 차후 다른 방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수료식이 열린 19일 보조교사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고도 즉시 산청군에 알리지 않았고, 군은 21일 한 언론이 취재에 나서고 나서야 상황파악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마치기 하루 전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게(폭력사태) 안 나왔는데 뒤늦게 얘기가 나와서…. 일부만 조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산청교육지원청에 넘겨 관련 학생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상조사 중”이라며 “군이 나서는 것보다 교육청에서 진상을 파악하는 걸로 진행되고 있다. 자세한 건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태는 학교폭력신고센터에 신고가 돼 경찰도 조사에 나섰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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