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엘리트 의욕
관료의 엘리트 의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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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우리 국민의 관료 지향성이 강한 것은 예부터 대대손손 이어오는 전통이다. 장원급제 하여 높은 벼슬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개인의 명예에 그치지 않고 또한 집안의 자랑이고 가문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거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장원급제 하면 의례히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며, 그것은 권력과 재력과 명예를 함께 보장 받는 길이 되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우수한 두뇌들이 그 길을 택하였다. 말하자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 그것이 곧 엘리트 코스이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인재등용의 길이 있어 왔다. 당(唐)나라 때부터 시행한 과거제(科擧制)는 우리 사회를 지탱시킨 골격이 되어왔었다. 관직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얻으려는 인재들이 많기에 그 공정한 선발의 방식이 곧 과거제이다. 과거제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는 곧 그 당시의 왕권의 권위와 시대상을 반영시키고 있었다. 때로는 적지않은 금품 수수와 요즘의 말로 컨닝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관권의 문란함은 곧 과거제도의 문란과 상관관계를 맺고 있었다.

옛 과거제와 오늘의 고등고시 제도는 바로 인재의 등용문이었고 그것이 남아의 꿈이고 부모의 염원이었다. 요즘에는 각종 고시에 여성이 적지않은 비율로 등용되고 있다. 다행히 급제하여 등용이 되면 높은 벼슬을 얻고 국가기관에 근무하게 된다. 등용되지 못하여 낙방하게 되면 곧 명문가의 자제 일지라도 허송세월을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양반의 체면으로 다른 업에 종사할 수도 없었다. 옛날에는 벼슬자리에 있다가도 상소(上疏)를 받거나 모함에 의해 그 자리를 물러나면 낙향(落鄕)하여 세월을 벗삼아 글도 쓰고 시화(詩畵)를 즐기고 서원을 만들어 제자를 가르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양반이 많고 사림유가(士林儒家)가 많은 것도 그 까닭이며 그러기에 그들은 권력에서 소외되고 세상을 외면하면서 살아간 인물들이었다. 

과거를 통해 장원급제하여 최상의 권좌에 오르건, 아니면 역모에 몰려 귀양살이를 하면서 실의와 한탄의 평생을 보내건, 우선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며, 그와 같은 유풍은 오늘에 와서도 가시지 않고 있다. 오늘날에는 그 가능성이 더 많아졌고 그 벼슬 자리도 넓어졌다. 신분도, 성별도, 학력도 그 외의 어떠한 사회적 속성도 제약할 수 없는 자유경쟁의 시대가 되었기에 그 경쟁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관료 엘리트는 그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이거나 고시라는 현대판 과거의 급제자들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 중 많은 경우가 매우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어떻게 하든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고시에 합격하여 스스로의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인 생활 여건을 변화시키는 길 외는 자신의 지위 향상의 길이란 그들에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뇌만 우수할 뿐 아니라,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매우 높은 관료의 프라이드도 거기에서 배태되며 따라서 그들간 경쟁은 더 심해진다. 그들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없을 정도이다. 경우에 따라서 일요일과 휴일도 없고, 위에서 지시하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그 능력을 평가 받고, 충성심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불사르는 것은 가족 처자식까지는 서슴치 않고 희생을 시키면서 힘겨운 관료의 길을 지키는 그 극성스러움은 어디에서 길러졌을까. 생활의 개인적인 즐거움이 없이 자기 희생만을 감수한 그들의 의욕은 무엇에 의해 충전되어졌을까.

그것은 바로 관료들이 갖는 강한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 높은 사명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때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높은 자리가 표적이 되어 그들을 그토록 동기유발(動機誘發) 시켰던 것이다. 지난 50여 년 사이에 그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엘리트 관료의식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봉사한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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