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농협 26억 횡령 관련자 8명 ‘무죄’ 선고
함양농협 26억 횡령 관련자 8명 ‘무죄’ 선고
  • 박철기자
  • 승인 2017.09.03 18:1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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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처벌규정·범인도피증거 없어”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함양농협 26억 횡령사건 관련 임직원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항소 여부와 차후 진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재판부(판사 김덕교)는 1일 오후 2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신용협동조합법 위반과 범인도피죄 혐의로 기소된 박상대 현 조합장, 김재웅 전 조합장, 하모 전 상임이사, 박모 상무, 정모 과장, 김모 과장, 박모 전 상임이사, 권모 상무 등 횡령사건 관련자 8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신용협동조합법 위반 혐의에 대해 “8명 전원이 공소시효 5년을 경과해 공소시효 완성에 해당된다”며 면소 판결을 내리고, “신협법에는 신용사업 외의 경제사업에 대해선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면소는 ‘공소시효 만료’처럼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에 선고하는 판결로, 같은 죄목으로 다시 심리하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을 가진다.

재판부는 또 범인도피죄로 기소된 김 전 조합장, 하 전 상임이사, 박 상무, 정 과장, 김 과장 등 5명에 대해 “범인의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번 선고가) 피고인들의 행위가 옳다는 게 아니다. 도의적으로 어떤 책임을 졌는지 모르겠지만 형사적으로 무죄가 선고됐을 뿐이다. 조합원들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 앞으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며 도의적 책임론을 상기시켰다.

이로써 2015년 11월 불거진 희대의 횡령사건은 거액의 손실과 내부결탁 의혹 등 농협 이미지 실추로 거센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형사처벌 없이 농협 자체 징계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박 조합장 등 이 사건 관련 임직원들은 정직과 직무정지 1~6개월 등 자체 징계를 받았다.

소식을 접한 함양농협 조합원과 주민들 사이에선 “지역의 명예를 추락시킨 도둑질에 대해 일벌백계가 아니라 사법부가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변론과 선고기일이 계속 연기될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능력있는 변호사 선임해서 무죄도 받고,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감축드린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도 공소를 제기한 검찰의 법 적용이나 죄목 적용이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초 경찰은 박 조합장 등에 대해 특가법상 업무상 배임혐의로 창원지검 거창지청에 송치했었다. 이를 검토한 검찰은 업무상 배임죄 적용은 안 된다고 보고, 이들 가운데 김재웅 전 조합장 등 5명에게 신용협동조합법 위반과 범인도피죄를, 박상대 조합장 등 3명에겐 신협법 위반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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