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4차 산업혁명과 대중 과학
아침을열며-4차 산업혁명과 대중 과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04 18: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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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4차 산업혁명과 대중 과학


2017년 5월 초 동일지의 기고문에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글을 올렸다. 앞에 쓴 글의 내용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일자라기 사라지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많은 직업을 만들게 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으므로 기술자를 우대하고 더 육성해야 함’을 말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 인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또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총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4.23%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R&D에 전체 예산 19조 4,615억 원 (전년 대비 1.9% 증가)를 사용할 계획이다. 해마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R&D에 투자한다. 이렇게 연구비만 투자하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하여 국민 각 개인의 의식 변화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대기행(영제:the Miracle Planet)’이란 다큐멘터리는 기억할 것이다. 1988년 NHK에서 미국과 함께 공동 제작하였고 한국에서는 1989년에 KBS를 통해 방송해 주었다. 그리고 아주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기억에 남은 프로그램은 귀여운 캐릭터 ‘미미’가 나오는 ‘미미의 컴퓨터여행’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1983년 일본 TBS에서 방송된 만화로 한국에는 1986년 KBS2 TV에서 방영해 주었다. ‘미미’가 인류사적으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그 역사적 순간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위대한 발견을 했는지는 설명하는 형식이다. 정말 쉽게 이해되고 과학적 사실을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비록 모두 일본 작품들이지만 필자는 이런 미디어를 통해서 학창 시절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일본에는 너무 많다. 이런 과학 콘텐츠들을 많이 접하는 일본은 한국보다 과학에 관심이 많지 않겠는가? 2016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미국이 55명으로 1위, 일본은 16명 2위, 그리고 영국이 14명 3위로 나타난다. 한국은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

영국에는 전기의 비밀을 밝혀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청소년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1825년 실시한 크리스마스 강연을 시작점으로 190년이 넘는 연륜을 자랑한다. 정식 명칭은 ‘영국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RI Christmas Lectures)’이다. 지금도 매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영향을 받은 미국도 유수의 과학자를 메인으로 하는 대중강연을 한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전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많은 대중강의를 했고, 지금은 과학자들의 전통이 되어 작은 도시까지도 과학 대중강연을 한다고 한다.

1970년대 과학 대중화에 한 획을 그은 칼 세이건(Carl Sagan)이 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라는 책과 더불어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하고 출연했다. 1980년에 방영된 ‘코스모스’는 60개국에서 4억 명이 시청한 다큐멘터리이다. 2014년에 다시 리메이크 되어 방영되었는데 ‘코스모스’가 방연 될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시청 장려 영상도 함께 방송하였다. 민간 방송사에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홍보한 것이다. 또한 이런 방송들은 미국에서 대부분 유력 방송사의 황금시간대에 방송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한 영국, 미국의 청소년들은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의대와 법대만이 최고라고 생각할까? 애플, 구글, IBM 같은 첨단 기업에는 의사, 변호사보다 과학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한국은 이런 문화가 없는가? 있다. 과학자들의 대중강연은 있기는 하지만 서울 중심의 아주 일부만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부산 공대 교수의 ‘빅뱅 이후’ 대중과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 서울에 가야 했다. 지방에는 과학 대중강의가 전무한 수준이다.

그럼 다큐먼터리는 어떤가? 만들고 있고 상당히 수준도 높은 편이다. 2013년 EBS에서 제작한 ‘빛의 문리학’이란 다큐멘터리는 상당한 수준의 다큐멘터리로 필자는 몇 번을 다시 봤을 정도다. 최근에 EBS에서는 상당히 좋은 과학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단,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을 뿐이다. 왜, 인기가 없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시스템의 부제이다.

한국처럼 과학 뉴스를 터부시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2016년 2월 전 세계적으로 ‘중력파’를 찾았다고 미국과 일본, 유럽의 나라들은 몇 일식 중력파로 뉴스를 도배했다. 한국에서는 아주 작은 꼭지로 뉴스에 나오기는 했지만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다. 한국의 대중은 ‘과학에 관심이 없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계승 하려면 문화재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하고,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대중문화를 즐기고 전파하는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동참하기 위해서 한국은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이다. 한국에도 과학을 즐기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일상의 잡담 속에 아인슈타인의 중력파에 대해서, 개기 일식에 대해서, 최신 과학뉴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 속에서 꿈을 꾸고 꿈을 현실로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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