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양면을 다보는 눈을 가져라
칼럼-양면을 다보는 눈을 가져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05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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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양면을 다보는 눈을 가져라


어떤 사물을 볼 때는 장단점을 동시에 보아야한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한쪽만 보기 쉽다. 앞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뒷모습은 볼 수가 없다.

반쪽만 보았으면서도 다본 것으로 착각한다. 이성을 사랑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앞으로 있을 미움에 대한 것까지 함께 보지 못하게 된다. 인간은 사랑하고 있는 동안에도 미움의 싹이 트고 있고, 미워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랑의 에너지는 싹터 가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에도 죽음의 싹은 트고 있고, 죽고 나면 또 다시 태어나기 위한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양쪽을 다 봐야지 한쪽에만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는 맨땅에 말뚝 박듯 간곡한 심정으로 해야 한다.

땅이 단단하면 할수록 온 힘을 쏟아 망치질을 반복해야만 겨우 말뚝을 박을 수가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끝까지 반복적으로 노력하되 일하는 동기와 목적도 순수해야한다.

모든 일의 결과는 먼저 수고와 노력을 쏟은 다음에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절도범과, 도둑당한 사람, 도둑 잡는 수사관이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고 보자.

첫째, 도둑은 “부처님! 절대 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벌이는 없고 처자식하고 먹고 살자니 오죽했으면 도둑질까지 했겠습니까? 절대 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둘째, 도둑당한 사람은 “부처님! 지난 3년간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온갖 고생 다하며 피눈물로 모은 돈입니다. 이 돈을 못 찾으면 자식대학도 못가 게 되고 온가족이 굶어죽게 됩니다. 제발, 이 돈을 훔쳐간 도둑이 꼭 붙잡히게 해주십시오” 셋째, 수사관은 “부처님! 저는 정년을 앞둔 경찰관으로 지난 30년 동안 범죄자 소탕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남의 재산을 훔친 도둑을 꼭 제 손으로 검거토록 도와주십시오. 특진이나 포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범죄를 뿌리 뽑는 것이 저의 임무이오니 저의 임무를 다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세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정성껏 기도를 한다면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응답해 주실 것이다. 첫째, 절도범은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더라도 반드시 붙잡혀서 자신의 죄 값을 치르며 참회할 기회와 자수할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줄 것이다.

둘째, 도둑당한 사람은 돈 관리를 소홀히 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주어 자기 책임도 크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이제부터 재물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굳게 다짐 할 기회가 되도록 하여줄 것이다. 셋째, 수사관은 범인검거의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고, 개인이익을 위함이 아니어서 범인을 검거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 모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게 된다.

만약 수사관이 범인을 검거하여 특진이나 포상금을 노렸다면 그 동기와 목적이 불순함으로 그럴 때는 옆자리의 선량한 다른 수사관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무슨 기도나 일을 하더라도 동기와 목적이 순수해야 하고, 되돌아올 결과까지 미리 보는 눈을 가져야한다. 이처럼 나만 위하는 생각이 많은 것은 단면만을 보는 것이다.

앞뒤좌우를 잘 살피면서 죄업을 소멸시켜 나가고, 수시로 참회하며 복을 지어나가자.

부질없는 것 탐하지 말고, 남의 것 빼앗아 나를 채우려 하지도 말자. 생각을 멈추면 진실이 보인다. 산란함 속에서 고요를 보고, 달리는 가운데 휴식이 있음을 보라.

아무리 퍼내도 다 쓸 수 없는 무한한 능력을 발휘해보자. 꼼짝 않고 있어도 가슴은 뛰고 맥박은 움직이고 있다. 움직임과 멈춤, 앞뒤와 시작과 끝의 양면을 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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