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사약
스페인 자전거투어 이틀째 되는 날 힘든 고갯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중 나보다 덩치 큰 친구를 만났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날이 기울어 서로 자연스럽게 하루 묵을 저렴한 숙박 장소를 찾게 되었다.
현지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스페인 친구 이앙키는 저렴한 모텔을 소개해 주었고 그 날 이후 이앙키와 함께 예상에도 없는 자전거 순례길을 같이 하게 되었다.
스페인어라고는 인사하는 것과 고맙습니다.가 전부이고 영어 또한 간단한 의사소통만 되는 정도라 서로의 눈빛으로 대화하면서 5일간을 함께 달렸다.
바로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가는 길은 하루에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못하거나 자동차 한 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할 수 없고 두사람만의 가파른 호흡 소리와 자전거 바퀴에 자갈 튀는 소리만이 함께 하는 길이었다.
땀으로 범벅되어 하루 자전거 여행을 마치거나 아침 식사를 할 때 이앙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건 내는 것이었다.
땀과 함께 힘들고 지칠때 진하게 들이키는 에스프레소는 부모님 몰래 꿀항아리에서 한 스픈 몰래 퍼 먹는 듯한 감미롭고 달콤하여 그 어떤 고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보다 힘이 났고 감미로운 초콜릿보다 달콤했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는 주인장도 환갑을 넘긴 듯한 분도 계셨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제 각양각색이고 커피머신도 대부분 10년은 훨씬 넘어 보이는 기계지만 에스프레소 한 잔에서 만끽할 수 있는 여유와 낭만은 자전거가 머무는 모든 마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이앙키와는 지금도 가끔씩 안부를 서로 확인한다.
자전거 취미로 지구 반대편 사람을 알게 되었고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마음을 소통 하며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스프레소는 마시면 죽는 사약이 아니다.
에스프레소는 반대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마시면 살아나는 듯 한 힘을 주는 음료다.
사람을 만나게 하고 사람과 소통하게 하고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음료다. 음료수 한 잔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카페에 눌러 앉아 있어면 진상으로 몰릴 수 있지만, 가을이라 한 책권 읽으며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면 용서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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