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경험을 통한 배움
선(先)경험을 통한 배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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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인간은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배움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있어서 존재의 가치와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이와 같은 학습과정을 본능적으로 거치게 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 학습과정이란 경험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벌, 개미 등 곤충을 관찰해 보면 때로는 무질서한 듯 하면서도 때로는 일정한 규칙에 의한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때를 지어 이동하는 개미무리의 길을 막대기나 손으로 휘저어 어지럽히면 잠시 혼란스러운 듯 하다가도 이내 원래 가던 길을 찾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귀소본능인 것이다. 귀소본능이란 사람의 경우 의식이나 판단능력을 상실해도 집을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집을 찾아 가는 것은 뇌 속 깊숙이 간직된 경험의 의해 축적된 데이터를 무의식중에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본 적이 전혀 없는 곳은 찾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곤충들은 단순히 축적된 경험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 발달된 냄새, 온도, 지형, 거리관측기술 등을 활용하며, 거의 감각적 혹은 본능적으로 반복적 경험을 반드시 거쳐 집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곤충들의 능력이 훨씬 뛰어난 면이 있지만 모든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타인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모르는 길은 물어서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반복되는 경험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인간은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타인의 경험도 자신의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모두가 타인의 경험을 통해 유익하다고 검증된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험의 반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졌으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초중고 12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확인한 뒤 직업을 갖거나 또 다시 그 직업능력의 수행능력을 위해 타인의 경험축적으로 얻어진 유익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얻기 위해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초중고 12년, 대학 4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그 과정이 너무 지루하게 생각되어 아무리 살아가는데 유익한 정보습득의 과정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경험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 먼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검증된 경험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배우고 사회에 나가는 것은 분명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먼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수업연한이 짧고 직접 경험을 위한 실습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루어지는 전문대학을 진학, 취업을 한 뒤 계속 학습과정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과거에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뜻으로 ‘바쁜 틈을 타서 어렵게 공부함’을 이르는 말로 주경야독이란 말을 사용하였는데 현대에는 오히려 효과적인 학습과정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방송통신대학교와 사이버대학교, 학점은행제 등은 과거와 같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잃은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先경험을 통한 계속 학습의 뛰어난 효과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의 구사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직접 자신이 그 필요성을 몸으로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 현장속 경험을 통해 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 배움의 효과는 당연히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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