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졸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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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2월은 새 생활을 시작하는 졸업식이 차지한다. 지난 겨울의 추위를 생각하면 날이 풀리고 봄이 제법 다가오는 때인지라 맺음과 시작의 의미가 잘 어울린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너무 지나친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가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때문에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이 식에 많이 나타나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졸업식은 영어로 ‘Graduation’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Commencement’라고 부른다. 영어의 Graduation은 어원이 ‘gradus’인데 이는 라틴어로 단계(段階)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어원에서 ‘학위’나 ‘앞으로 나아가다’와 같은 말들이 나왔다. 또한 미국에서 부르는 졸업식의 의미는 ‘개시’ 또는 ‘시작’을 의미한다. 학업을 마치고 다시 다른 과정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잘 들어가 있는 단어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막 시작하는 즈음에 아는 선배들의 졸업이 있어서 축하할 겸 5월에 열린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하였었다. 학교의 넓은 대강당을 가득 메운 검은 가운을 입은 학부 및 대학원 졸업생들과 색깔이 다양한 후드를 착용한 수많은 교수들과 음악대학의 학생들로 구성된 클래식 악단이 흥을 돋우는 미국의 졸업식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미국 졸업식에는 아주 중요한 순서가 반드시 외부의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축사를 듣는 순서이다. 당시에는 워싱턴 대학의 선배이면서 주지사로 있는 분이 연설을 했었다. 몇 년 전에는, 지금은 고인인 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축하 연설이 두고두고 뉴스가 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이와 같은 맺음 혹은 시작의 예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졸업식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졸업보다도 입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입시 형태가 많이 바뀌었지만 매년 우리나라는 11월의 수능이 끝나면 소위 유명 대학에의 합격 소식에 고3을 둔 가정들은 애를 태운다. 지금도 여전히 1월이나 2월 중순까지 예비 대학생들은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부터의 부름을 기다리거나 재수의 어려운 길을 선택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그런 어려움 속에 들어간 학교이니 학생이나 그 부모들이나 입학식에서 누리는 기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를 다녀보면 입학의 기쁨은 짧은 반면에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학부 공부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한국에서 뛰어나다고 하는 학생들이 외국 유명 대학에 입학 허가서는 얻지만 제대로 졸업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보면 미국 대학이 들어가기는 쉬운 반면에 부과하는 공부 양이 만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유수 대학원 과정에는 전 세계 학생들이 다 지원하기 때문에 들어가기 무척 어렵고 학교성적이나 연구 활동 등이 모두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학부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얼마나 공부 압력이 심한 지 여학생들은 화장은 고사하고 대충 입고 다니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심지어 잘 먹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정은 괴롭겠지만 입학식에서 보다 졸업식에서 더 큰 만족을 누리는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사람을 키우는 바람직한 체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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