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에는 혼이 들어있다
칼럼-말에는 혼이 들어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19 18: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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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말에는 혼이 들어있다


입으로는 좋은 말만 하고, 몸으로는 좋은 일만 하며, 좋은 마음으로 충성심을 갖고 살아가자. 군인은 국가보위를 위하여 모든 시간과 노력, 피와 땀과 눈물, 전쟁에서는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에 충성하고, 직장인은 직장에 충성을 다하며,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고, 부부는 정조를 지키며, 가족에게 충성을 다하며 살아가자.

충성심을 갖는 것은 존귀하고 순수한 삶의 태도이다. 인간은 충성의 대상이 있을 때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우리에게는 먹고 노는 향락이나, 부귀권력 따위가 충성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에게 은혜와 빚과 신세를 지고 살아가는 빚쟁이들이다.

충성심을 갖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똑같은 일에서도 합리적으로 사고하면 적절한 행동을 낳고,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면 부적절한 행동을 낳으며, 극단적으로 사고하면 극단적인 행동을 낳게 된다.

가령 아이가 집에 온 손님 앞에서 심한 장난을 하다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을 때 합리적 사고의 아이는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구나. 부끄럽고,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안 그래야지 결심한다. 비합리적 사고의 아이는 손님 앞에서 무안을 주고 꾸중을 한 부모님이 싫다며 토라지고 우울해한다. 극단적 사고의 아이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난 이제 끝났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자살을 시도한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아무렇게나 살 것인가?” 말에는 혼이 들어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자가 되어보자.

나에게 전혀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매일 수 십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면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솟는 것이다. 말의 힘은 무섭고, 말은 씨가 된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사고가 대단히 중요하다. 시험에 낙방한 사람은 그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면 되는데, 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깨끗이 인정하고 상황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이런 깨달음 속에 사는 것이 미완성을 걱정하지 않고 사는 길이다.

배우자로부터 이혼을 당했더라도, 배신당했다며 원한을 품지 말고, 이제야말로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하며 자유스럽게 한번 살아보자. 자,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이렇게 닥친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다.

살아가면서 남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생각이다.

알아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간섭 받을 수도 있고, 성가신 일이 많아진다. 그런 것보다는 자신의 내적 생활에 충실을 기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인정해준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너는 너, 나는 나다. 제각기 인생이 다르다.

너는 놀더라도 나는 일을 해야 하고, 너는 인색하더라도 나는 후덕해야 하며, 너는 부정적이더라도 나는 합리적 이어야한다. 완벽을 추구할수록 더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완벽주의는 행복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괴로울 것도 없다. 남들 눈치 보며 걱정이 앞서면 그쪽으로 에너지가 쏠려버려 정작 해야 할일도 할 수 없게 된다. 밤에 잠을 자다가 현관문 덜컹거리는 소리가나면 확인도 않고 강도가 왔을 거라 생각하고 몽둥이부터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늦게 귀가한 가족이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오는 순간, 몽둥이 휘두르는 우는 범하지 말자.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감을 확대시켜가며 나쁜 생각을 덧붙이지 말라. 인생은 1회적 삶을 사는 것이며 2회전이 있을 수 없는 유한적 생애이다. 부정적 사고를 철저히 추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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