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직지(直指)’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칼럼-‘직지(直指)’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25 18:2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류문화사의 제1혁명은 언어 사용, 제2혁명은 문자 발명, 제3혁명은 인쇄술, 제4혁명은 컴퓨터 발명이다. 중국의 차이룬은 서기105년에 종이를 발명하였으며, 207년에는 먹이 중국에서 발명됨으로써, 인류사에서 인쇄문화의 서장이 열렸다. 현존 목판인쇄본의 대부분은 불교 책들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백만탑다라니경’, ‘진강경 일명 금강경’도 모두 불교전적으로서 각각 신라, 일본, 중국의 가장 오래된 현존 인쇄본들이며, 각각 751년, 770년, 868년에 인쇄되었다. 따라서 현존하는 자료에 관한 한, 한국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으로 나타난다. 종전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이며, 간행 연도가 기록된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중국의 ‘진강보루오보루미징(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1908년 영국의 스타인(1882∼1943)경이 중국 돈황 석실에서 발견하여 대영박물관으로 가져간 것이다.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과 중국의 ‘금강반야바라밀경’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보다 각각 19년과 118년 이후의 산물들이었다. 따라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닥종이 인쇄본이기도 하다. 고려에서도 목판 인쇄본은 많이 간행되었는데, ‘바오치에인투오루오니징(보협인다라니경,1070’, ‘초조고려대장경’, ‘의천목록’, ‘고려대장경’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히 고려의 가장 위대한 문화적업적은 금속활자인쇄술의 발명과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들이다. 한국금속활자의 기원은 13세기로 소급하며, ‘남명천화상증도가’, ‘고금상정예문’, ‘직지’등은 그 대표적 예들이다. 반면 중국의 금속활자는 1593년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동양, 나아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쇄술을 발명한 나라는 한국이다. 그러나 ‘남명천화상증도가’,‘고금상정예문’은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인쇄본은 ‘직지’이다. ‘직지’는 1372년 고려의 선승 백운(1289∼1375)이 편찬한 선문헌이다. 이 책은 백운이 중국의 스우 칭궁(1272∼1352)으로부터 역대 불조사들의 어록을 수록한『불조직지심체요절』1권을 1351년에 얻어와 그 내용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초록하고 증보한 후, 손으로 직접 써서 상·하 두 권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 ‘직지’는 청주에 위치해 있던 흥덕사에서 1377년에 백운의 제자들에 의해 인쇄되었는데, 2001년에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책은 현재도 한국승단의 수의과의 대표적 교재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그동안 ‘직지’에 대한 번역본들도 출간되어 왔으며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권 50∼100여 부가 인쇄되어 사찰과 불교계 인사에게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직지’는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의 2가지가 있었다. 전자는 1377년 흥덕사에서, 후자는 이듬해인 1378년 여주의 취암사에서 간행되었으며, 현재 흥덕사 금속활자본 1종과 취암사 목판본 2종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흥덕사 금속활자본은 상·하 양 권 중 상권은 현존하지 않으며, 하권은 1장이 없어진 채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는데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1887년 당시 서울 주재 프랑스 공사로 재직했던 콜랭 드 폴랑시(1853∼1922)의 개인 소장서였으나, 그 후 골동품 및 유명한 보석수집가였던 앙리 베베르(1854∼1943)의 소유가 되었다. 베베르가 죽은 후, ‘직지’는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직지’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01년 모리스 쿠랑(1865∼1935)이 ‘속 한국학 참고문헌’을 출판했을 때였다. 그리고 이 책이 대중 앞에 처음 나타난 시기는 1972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 책의 해 박람회에서였다. 그 후,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동아시아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던 박병선 박사가 ‘직지’의 복사본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에도 알려지게 되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금속활자본 ‘직지’는 하권밖에 현존하고 있지 않지만, 취암사에서 간행된 ‘직지’ 목판본 2권 2책 완질은 국내에 전래되고 있으며 내용은 주로 불법과 참선과 관련된 고승들의 게·송·찬·가·명·서·법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은 세계에서 단 한 권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것이 가진 희귀성도 크다. 독서의 계절이라 한 번 되새겨 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