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3배 즐기기
금강산 3배 즐기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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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래/공연연출가
진주권 문화연대 공동대표
남북 민간교류 붐을 타고 2001학년도 방학기간을 활용해 초등학생들과 금강산 동서남북바람개비캠프를 세 차례나 연이어 다녀온 터라 필자는 휴식으로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였다. 주로 서울과 경기권역에서 참가했는데 어린이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노심초사와 아울러 통일의 주역이 될 차세대에게 우리 민족의 협력과 공생을 위한 현장교육이었기에 담당선생님을 독려하면서 독기(?)를 품다보니 탈진돼 어린이 통일교육캠프를 끝낸 후에는 한동안 울렁증에 시달렸다.

나른한 오후에 버스를 타고 휴식과 재충전을 위하여 대학로소극장 연극관람을 가던 중 버스에서 무심코 들은 라디오방송은 북한 동포들의 소식을 꽁트로 엮어 성우 오성룡선생이 진행하는 김삿갓 북한방랑기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성공적으로 치러 낸 금강산 동서남북바람개비 캠프를 회상하면서 듣노라니 내용은 이러했다. 북한의 시골마을에 교통수단이 열악하여 왕진의사가 늦게 도착하게 됨으로써 산통을 겪던 임산부와 태아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시골진료소 의사에게 그 흔한 자전거라도 있었더라면 임산부와 태아가 죽지 않았음을 애석해하는 내용이었다. 김삿갓 북한방랑기 방송을 공감하면서 발상했던 성과물은 그해 초겨울에 ‘금강산 3배 즐기기’ 문화행동으로 표출되었다.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매개로 남북을 잇는 문화교류협력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연극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오니 어느새 울렁증세는 사라졌다. 서둘러서 기획안을 요약 정리했는데 기획요지는 자전거를 타고 금강산을 관광하며 돌아올 때는 자전거 앞바퀴 흙받이에 기증자명을 각인해서 북녘 땅의 교통수단으로 동포에게 선물하는 나눔과 통일을 향한 ‘한겨레자전거평화대행진’ 플랜이었다.
금강산관광을 주도했던 현대아산 측과는 동서남북바람개비캠프 추진 관계로 여러 차례 만남이 있었고, 당시에 통일부 정책방향과도 맥을 같이 할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개인이 재원을 분담하는 기본계획을 현대아산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다섯장으로 요약한 기본계획을 집행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에서 활동하던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를 설득했고, H일간지의 문화재단을 찾아가서 기본계획을 설명했더니 일주일쯤 지나 드디어 한겨레자전거평화대행진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함께 활동하던 스탭들을 소집해 플랜의 개념을 잘 이해시키고 6개월가량을 추진했다. 100여명 참가를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600여명으로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현지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남북 민간교류의 창구였던 현대아산이 호혜적인 협조를 했고, 통일부도 남북교류를 권장하던 터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동해항을 출발하는 봉래호 한척을 겁 없이 전세를 내던 날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수면제로 잠을 청했지만 잘 수가 없었으나 800여명이 타는 봉래호의 80% 승객이 한겨레자전거평화대행진의 참가자였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묘한 성취감을 느꼈다.
문화행동 콘텐츠 ‘금강산 3배 즐기기’는 버스로만 이동했던 북한 장전항에서 온정리, 현대아산 숙박단지로 다음날에는 삼일포 등 금강산 등반을 제외한 모든 관광을 북한군용 트럭의 에스코트을 받아 자전거로 달렸고 철조망 건너 북한 동포들과 손 흔들어 인사하면서 600여대의 자전거 대행진은 가히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저녁에는 광장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고 서로를 감싸며 강강술래 가락에 맞춰 늦게까지 춤추고 즐긴 전무후무한 이벤트였다. 두 번 다시는 산통을 견디다 못해 죽어가는 임산부와 태아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전거 600여대를 선물하고 돌아오는 나눔의 즐거움은 10여년전의 일이지만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1998년 11월 22일 분단50년 만에 봉래호의 첫 출항 감격은 지금도 생생한데 오랫동안 남북관계를 회복되지 못하고 경색일로를 치달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따르릉, 따르릉 소리내며 화해와 나눔의 증표인 그때 그 자전거가 열악한 북녘 땅의 교통수단으로 제몫을 담당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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