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어느 귀촌인의 외로운 투쟁을 보고
칼럼-어느 귀촌인의 외로운 투쟁을 보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11 18: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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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

이호석/합천수필가-어느 귀촌인의 외로운 투쟁을 보고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신문 광고란에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부정 선거 행위를 고발하는 광고가 연이어 나와 뜻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내용을 보면, 자기가 사는 면 지역의 농협장 선거와 관련하여 부정한 돈을 받아 수사기관에 고발하였으나, 그 수사가 미흡하다는 것과 잘못된 선거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해 용기를 내어 한 자기의 행위를 보고, 오히려 많은 지역민이 원망과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돈을 써가며 신문에 이러한 광고를 낸 사람은 서울에서 살다가 7년 전 이 고장으로 이사 온 70대 중반의 귀촌인이다. 지난봄 지역 농협장 선거 때 이곳에 와서 알게 된 마을 지인으로부터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약간의 돈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난생처음 이런 일을 당하고 무척 당황스러웠고, 이러한 행위는 꼭 고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계 기관에 고발을 한 것이다. 당시 정황으로 봐서 분명히 그 후보자의 돈 같았는데, 돈을 전달한 사람 임의로 한 행위로 수사가 종결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의 각종 부정선거 수사에서 이렇게 종결된 예는 흔히 있었다. 누가 봐도 출마자의 돈이고, 그의 사주로 일어난 부정행위인데도 물증이 부족하다며 전달자 단독 범행으로 종결짓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 양식 있는 지성인도 많을 것 같은데, 어느 한 사람도 선거부정 행위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고, 그들 역시 부정행위를 고발한 자기를 나무라는 눈치라는 것이다. 마치 우리 사회에 회자하는 말로 ‘눈(目)이 하나뿐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 두 눈을 가진 정상인이 가면 오히려 장애인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의심으로 잘못을 고발한 사람이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선거이든 간에 돈을 주고받는 부정행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선거 때 주고받는 돈은 금액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질서와 민주주의 근간을 흐리게 하는 아주 엄중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런 일을 예사로 생각하고 있고, 관계 기관이나 수사당국의 대처도 항상 미흡해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흔히 어떤 선거에 누가 출마한다는 소문이 나면, 그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을 알려고 하기보다 먼저 그 사람의 재력부터 묻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선거풍토에서는 정작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들은 아예 선거에 출마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항상 거짓말 잘하는 사기꾼 같은 사람이나 졸부들이 한통을 치고, 그들 중에서 뽑게 된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판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돈을 쓰고 부당하게 당선된 사람은 설령 그 행위가 들통나지 않아 법적인 문제는 피했더라도 자기의 양심은 속일 수는 없다. 임기 내 돈으로 매수 한 그 자리가 떳떳하지도 못할 것이며, 평생 부끄러운 마음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돈 몇 푼에 표(양심)를 판사람 역시 그러한 죄의식이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필자는 이분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한다. 특히 농, 축, 수협 관련 선거에 이러한 부정이 많고, 이로 인해 모든 선거 풍토가 더럽혀 지고 있다는 말이 떠돈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즈음은 농어촌 곳곳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관련 후보자와 돈 전달자의 전화 내용, 통장 거래 등을 세밀히 조사하면 거의 사실을 밝힐 수 있다. 즉, 수사기관의 의지만 있으면 상당수는 척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당면과제로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다. 지금같이 어느 한 부분만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현 정부가 진정으로 나라다운 나라,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폐 청산을 하겠다면,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특히 국회)은 물론 지역에 쌓여 있는 이러한 적폐들을 발본색원하는 혁명적 청산 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 고장에 귀촌하여 혼탁한 선거 풍토를 고쳐보겠다고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그분의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이러한 행위를 예사롭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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