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2-말귀 알아듣는 교육
도민칼럼-지리산향기42-말귀 알아듣는 교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18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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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말귀 알아듣는 교육


요즘 그 무섭다는 중2 아이들로 곧 진입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만나러 하동중학교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앞으로 가질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하여 외부강사를 초대하는 시간이 있는데 나는 지난 9년 동안 해온 잡지사 기자로 아이들 앞에 섰다. 아이들에게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니 중학교 1학년 전체가 마흔네 명이라 많지는 않지만 단 한 아이도 들지 않았다.

UN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있는 직업의 80%가 사라진다는데 기자는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의 경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가 없을까? 화려하지 않아서? 별로 명예롭지 않아서? 말 그대로 잘 몰라서? 미루어 짐작해보니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 창작을 하는 예술의 분야도 아니고 사회 정의의 문제를 가장 먼저 파고드는 게 기자인데 그렇게 훌륭한 기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으니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얼마 전 끝난 KBS 드라마 <조작>이 그나마 아이들에게 기자가 무언인지를 조금 보여주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어려운 글을 써야 하다니!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흥미가 없는 직업에 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고의 표현은 말과 글이다. 미디어 소통이 원활하여 말이나 몸짓이 동영상으로 전달되면 훨씬 더 이해가 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또한 구성부터 글에서 시작된다.

일생 단 한편의 시가 자신의 이름인 할머니의 사연을 들었다. KTV의 <다정다감 마을의 귀환>이라는 프로의 진행자로 활약 중인 이원규 시인이 이번 주 금요일 방영되는 방송분을 미리 귀띔하면서 전해 준 이야기이다. 세상에 오신지 여든다섯 해에 깨우친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펑펑 울었다는 할머니! 자신의 이름을 읽지 못해서 오씨 집안으로 시집갔으니 오씨 할머니로 불렸던 분은 글을 배우고 자신의 이름을 ‘김길순’ 이라고 쓰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들이 쓴 시를 읽었다. 경북 칠곡 할매들이 시집을 냈는데 <칠곡할매, 시를 쓰라하네>이다. 한편을 소개하자면 곽두조 할머니가 쓴 <공부>라는 시인데 80너머가 공부할라카이 / 보고 도라서이 이자부고 / 눈뜨만 이자분다 / 아들 둘 딸둘 다 키었는데 / 그세월쪼매 잘 아랐우면 / 조앗을거로 / 우리 미느리가 공부한너고 / 자꼬 하라칸다 / 시어마이 똑똑하라꼬 / 자꼬 하라칸다

참 고맙고 눈물 나고 미소가 지어진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글자를 배우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그렇게 교육 받은 우리 아이들이 그런데 한국교욱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맹률 극복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에 살지만 OECD국가 중 문장 해독 능력이 최하위란다. 글자는 읽지만 그 뜻은 모르고. 말소리는 듣지만 말귀는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독서가 부족하고 모국어를 이해하기도 전에 영어부터 배우는 현실이니 당연하다. 게다가 성적을 채점하기 위한 오지선다형의 시험을 염두에 둔 국어 교육은 아이들을 더 모국어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어릴 때는 그림책을 읽고 초등학생이 되면 만화책을 본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독서와는 멀어지고 영어나 수학에만 집중하는데 문장을 해독하는 기본적인 능력 없이 주입식 공부만 하니 대학원을 나와도 문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동중학교 교무부장인 최미희 선생님은 현장에 계시다보니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어서 글쓰기를 합한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같이 공감하며 걱정한다. 그래서 문득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요즘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평가할 때 봉사활동도 들어간다고 하는데 독거노인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도 넣으면 어떨까? 읽어 드리려면 본인들이 먼저 그 내용을 알아야하니 자연스럽게 독서 교육으로 이끌 수 있다. 4차 혁명의 시대를 살아갈 대한민국의 아이들, 한시가 급하다. 교육부가 더 늦기 전 말귀 알아듣는 교육을 서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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