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해남 두륜산을 다녀와서
아침을열며-해남 두륜산을 다녀와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26 19: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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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시조시인·아동문학가-해남 두륜산을 다녀와서


8월에 산행을 하고 9월에는 산행을 하지 못하였으니 두 달 만에 산행을 하는 것이다. 이번 산행은 해남의 두륜산으로 진주에서 2시간 30분이나 걸려서 두륜산 대흥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려 산을 오르기 위해서 복장을 다시 점검하고 대흥사까지 걸어서 가는데 찻길 옆에 있는 물소리길로 해서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을 한다. 조금 가니 찻길과 함께 합해졌는데 대흥사 백화암이라는 표지석이 앞에 나타난다. 찻길은 커다란 나무들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피안교를 지나 조금 가니 지하여장군과 천하대장군이 아닌 금귀대장(禁鬼大將)과 수조대장(受詔大將)이 세워져 있고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서 대흥사에 본사까지 가는 길도 나무들이 숲을 이뤄 우리를 쉬어가란다. 대흥사에 있는 표충사를 지나서 등산길을 오른다. 반야교를 지나니 좋은 등산로가 우리를 반긴다. 약간은 비탈이 져서 힘이 드는 등산로이지만 먼저 북미륵암을 거쳐서 가기로 하였기 때문에 쉬다가 오른다. 숲에 가려 살짜기 보이는 하늘은 구름이 많이 보인다.

드디어 신라하대 무렵에 조성된 마애여래좌상 석불을 모시고 있는 북미륵암에 도착하였다. 커다란 석불인 마애여래좌상을 봉안한 용화전과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멀리 바라보니 아름다운 풍경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또다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나무숲을 지나니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서 우리를 반긴다.

만일암 터에 자리잡은 느티나무 천연수다. 천년수의 유래와 전설을 읽어보며 아주 옛날을 상상해본다.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을 접고 커다란 나무사이로 작은 설대들이 잎을 비벼대는 등산로를 오른다. 드디어 점심을 먹기로 한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에 있는 고개, 만일재다. 탁트인 곳으로는 마을과 누렇게 익은 벼들이 어우려진 들판, 더 멀리는 바다와 섬의 다도해, 그리고 산들이 감탄사를 불러낸다. 가까이에는 억새풀이 나풀대며 우리를 반기고 있다. 빙둘러 앉아 각자 싸가지고 온 점심도시락을 함께 내어놓고 먹는다. 여럿이 먹으니 밥맛이 꿀맛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대여섯명은 가련봉을 갔다가 온 후 두륜봉으로 오기로 하고 우리는 두륜봉을 향한다. 조금 계단을 오르니 바위가 다리를 만든 구름다리 아래로 길이 있어 구름다리와 멀리 보이는 들과 산을 배경으로 포즈도 취해보면서 드디어 두륜봉에 올랐다. 빙둘러보니 한쪽으로는 가련봉으로 가는 다른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있고, 또 멀리는 산들이 병풍처럼 줄을 지어 있다. 바다가 보이는 다도해에는 완도가 가까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가련봉에 갔다가 온 사람들과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진불암쪽으로 하산하는데 두륜산이라는 명칭을 갖게 한 두륜(頭輪)바위를 보면서 다시금 두륜산의 명칭을 되새겨본다. 진불암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험하고 비탈이 심하여 곳곳에 줄을 쳐놓았다. 우리는 조심조심 줄을 잡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진불암에 내려왔다. 그런데 진불암은 아무도 없는지 조용하기만 하고 우리들만 휴식으로 남은 간식을 가지고 기력을 회복해본다. 조금 내려가니 숲속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옆에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조용한 숲을 깨우며 우리와 함께 걷는다. 드디어 대흥사의 말사 중 하나인 표충사에 다다랐다. 오를 때 절을 둘러보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예상보다 늦은 시간이어서 둘러보지는 못하고 오를 때처럼 눈으로만 절의 느낌과 풍경을 담으면서 올랐던 길을 다시금 내려간다. 그런데도 절의 곳곳에는 불경의 말씀 중에 좋은 문구들을 새겨놓은 것이 있어 그것을 읽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금 바로잡게 한다. 드디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차에 피곤한 몸을 싣고 진주로 향한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어진 관계로 섬진강 휴게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고 내리니 제법 날이 어둑어둑 해졌다. 꼬치어묵우동을 시켜서 배를 채우니 오늘의 하루가 힘든 하루였지만 좋은 풍경만큼 많은 에너지가 마음에도 충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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