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우리가 잊고 지내는 한국
도민칼럼-우리가 잊고 지내는 한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01 18: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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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우리가 잊고 지내는 한국


한국의 역사에는 지정학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견뎌야 했던 기록뿐 아니라 늘 갈등의 환경 속에서 당론 분열로 인한 세력 다툼으로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는 과정이 반복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지간한 일은 침묵하고 견디는 훈련이 저절로 되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든 환경이 오래 지속되니 무관심해지는 면도 있다. 분단국가로서 휴전상태는 늘 우리를 불안한 분위기에 머물게 하였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TV 예능방송을 보며 잊고 있었던 몇 가지를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독일 젊은이 세 명이 한국을 방문하여 관광일정을 소화해내면서 DMZ와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들이 아무 관련도 없는 남의 나라 역사에 공감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역사적 장소를 유지 관리하는 이유는 후세들에게 역사를 잊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겠으나 현세에 사는 우리도 와신상담의 기회로 삼으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장소를 그저 관광지 혹은 큰 재미없는 장소로 여겨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감옥 앞에서 사진이나 몇 장 찍을 뿐이었지 아픈 역사를 견뎠던 선조들을 진지하게 떠올리지는 못했었다.

그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독일인이 방문한 친구들에게 버스나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추천하였다. 참 오래된 추억이었다. 한국인들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추억을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역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그런 추억을 알려준 적이 있는가. 나는 없었다. 꼭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아니어도 뭔가 우리가 공유하고 외국인들에게 재미로 권할 수 있었던 그것을 우리는 기억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놓았던 것 같다.

음식의 경우에도 우리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김치를 어찌 그리 맛있다고 할까. 잘 먹지 않아서 점점 줄어가는 김장의 전통과 김치의 장점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우리가 큰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대학에는 해마다 영국 대학생들이 방문하여 재학생들과 한 달여 동안의 시간을 보낸다. 주중에 한번 시내 구경을 같이 할 기회를 주는데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들이 시도하는 떡볶이, 어묵, 그리고 전통시장 구경은 참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또한 교내 식당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한국음식 중 그들의 입맛을 돋우는 데 김치는 단연 인기가 높다. 뿐만 아니라 경주를 포함한 전통도시 방문과 진주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사물놀이 교육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맛보는 데 크게 일조한다. 이와 같이 그들이 우리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전통의 특별함이다.

우리가 세계화 시대, 지구촌이라 불리는 환경에 살고는 있으나 우리만의 고유한 특색을 지키고 교육을 통해 물려줘야 가치가 높아진다. 최근 수능 절대평가, 입시변화 등 아이들 교육 문제로 갈등이 많다. 어떤 결정이 주어지거나 초중등 교실에서 아이들은 그저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 보는 되풀이 작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를 꼭 기억하고, 사물놀이, 택견, 태권도 교육 등 우리 전통을 가까이하는 교육은 다른 무엇보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만 가능한 특별한 부가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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