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길에서 길을 찾다
진주성-길에서 길을 찾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02 18: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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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길에서 길을 찾다


“물어물어 찾아왔다” 예전에는 자주 쓰고 자주 듣던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린 오래된 옛말이다. 짤막한 구절이지만 참으로 다정다감했던 말이다. 보고 싶어 찾아왔고 못 잊어서 찾아왔고 주고 싶어서 찾아왔고 함께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사연이야 어떻던 까닭이 뭐고 목적이 뭐든 만나고 싶어서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쯤 가야하는지 까지를 물어서 힘들게 찾아온 것이다. 온갖 사연이 정겹게 배어있는 말인데 쓸 일이 없어져서 쓰지 않은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의 문학 강의를 마치면 문화유산을 탐방하고 답사기행문을 습작하는 날 말고는 곧장 귀가를 하는데 어제는 강의를 마치자 수강생중의 초로의 할머니가 짜장면을 시켜먹자고 하자 다들 좋아하며 함박웃음에 손뼉을 쳤다. 수강생이래야 네댓 명이고 오륙십대의 젊은 할머니들이라서 오붓할뿐더러 옛날의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하는 세대들이라 옛 추억도 더듬어 볼 겸하여 그러기로 하고 광고전단지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나오자마자 대놓고 여기가 어디어디로 이어지는 큰 도로의 사거리 옆인데 어느 건물의 주차장 맞은편이라고 하자 들었는지 말았는지 대뜸 ‘번지와 몇 층인지만 알려 주세요’로 간단하게 반문을 해서 의아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얼떨결에 몇 번지 몇 층이라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금방 가겠습니다.’ 하더니 전화를 딸깍 끊어버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물어물어 찾을 일이 없어져버렸다.

모 일간지에 ‘발길 닿는 대로’라는 제하에 8년째 쓰고 있는 기행수필의 소재를 찾아서 경남일대를 헤집고 다니면서 제목 그대로 하고 싶어서 목적지도 없이 집을 나서서 문화재나 명승지를 알리는 안내판만 보고 찾아간다. 그러다보니 헛걸음도 많고 빙빙 돌아서 할 일 없는 길도 많이 누빈다. 하지만 길에서 길을 찾는 매력과 교훈이 있다.

요즘은 시골길의 길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오가는 사람조차 뜸하여 느긋함을 터득하지 않으면 풍광과도 멀어지고 풍류와도 작별이다. 잘 못 든 길에서는 돌아설 때를 익히고, 둘러가는 길에서는 어리석음을 깨달고, 지름길에서는 오만함을 돌아보며, 갈림길에서는 신중함을 배워야 한다. 라는 길에서 길을 찾는 작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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