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느리게 사는 지족(知足)의 삶
칼럼-느리게 사는 지족(知足)의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06 19: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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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느리게 사는 지족(知足)의 삶


어느 날 영국의 아프리카 탐험대가 원주민들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정글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 동안 걷다 보니 웬일인지 원주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땅바닥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그들이 더 이상 걷지 못 할 만큼 많은 거리를 걸어온 것도 아니었다. 탐험대장은 그들이 그냥 게으름을 부리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원주민들의 우두머리를 달래보기도 하고 호통을 쳐보기도 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우두머리와 함께 그 자리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탐험대장이 통사정하듯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왜 걷지 않겠다는 것이오?”우두머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너무 빨리 걸어왔다오.” “그게 이렇게 주저앉을 만큼 힘들었다는 것이오?”우두머리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탐험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너무 빨리 걸어왔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뒤에 쳐져 있다오. 그래서 마음이 뒤따라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오.” 뜻밖의 말에 충격을 받은 탐험대장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서양의 기계 문명을 비판하기 위해 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로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는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가난의 서러움에 너무나도 오랫동안 시달려온 우리는 모두가 잘 살아보겠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저 앞만 보며 달려오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물질만능과 금전만능의 풍조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잘 살아보자’는 구호를 내걸고 앞만 보며 달려와 고도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남부럽지 않게 ‘잘 산다’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최고의 길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우리는 값진 외제차를 타고 평수가 넓은 아파트에서 살기만 하면 잘 살게 되는 것으로 여기면서 늘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이 반드시 잘사는 것은 아니며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돈은 분명 풍요로움을 해결해 주는 방편이다. 그러나 각자의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바다에서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퍼마시면 더욱 더 목이 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들은 바로 그런 형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전(經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만약 온갖 고뇌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면 지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족이란 마음이 풍요롭고 안락한 경지를 말한다. 지족하는 사람은 땅바닥에서 자도 편안하다. 지족을 모르는 사람은 천계(天界)에 살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며, 재산이 많아도 그 마음은 가난하다. 지족하는 사람은 비록 가난해도 그 마음은 부유하다. 또 ‘법구경(法句經)’에는 ‘지족이 으뜸가는 부(富)이다’라고 했다. 마음껏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만큼 돈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값싼 보졸레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며 흥겨워할 수도 있지만, 값비싼 빈티지 포도주를 마시면서도 흡족하지 않을 수가 있다. 1억 원짜리 오디오 세트로 듣는 음악이나 시중난전에서 파는 3만 원짜리 녹음세트로 듣는 음악이나 감동을 주는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듣는 사람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최고 제품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은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그것을 가지지 못해서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이 곧 불만족이요 불안의 요인이 아니겠는가?

매일 같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무엇이 즐거운지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했다. 그 노랫가락은 늘 정해져 있었다. “이 오두막집에서 나무를 하는 나는 세상에 둘도 없이 행복한 놈이다. 나처럼 팔자가 좋은 놈이 또 있을까?”이 나무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왕이 호기심에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러 산으로 갔다. 그의 일터에 이르렀다. 갑자기 나타난 왕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땅바닥에 엎드린 나무꾼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왕은 “이처럼 가난하면서도 어떻게 해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전하,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가진 것은 없지만 아내와 자식이 있고 또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제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고 친구들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내도, 제 아들놈도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모두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뿐입니다”왕은 크게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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