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산은 지기(地氣)의 결집처이다
칼럼-산은 지기(地氣)의 결집처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13 18: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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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고려의 태조는 산천에 매우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음양·풍수지리·도참(圖讖)·비기(秘機)등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산천의 영묘한 힘에 의하여 국가가 안녕하고 왕조가 지속되기를 기원했다. 산에는 정중동(靜中動)의 조화와 무궁한 기운이 있다고 믿었다. 산천초목은 부드러운 기(氣)가 아래로 내려 응결한 것이다. 기는 변하여 형(形)이 되었고, 형은 생기(生氣)가 아래로 내려 응결한 것이다. 그런 산이 하천에 이르러 물을 만나니 용(龍)이란 이름을 빌려 용산이라 했다. 풍수에서는 왜 산을 용이라고 했을까? 명대의 풍수서인 ‘인자수지(人子須知)’에 보면 ‘산의 모양은 천만 가지 형상이다. 크다가도 작고, 일어나다가도 엎드리고, 거스르다가도 순하고, 숨다가도 나타나며, 산가지의 형체가 일정하지 않고 조그마한 움직임도 다르니, 만물가운데 용이 그러하여 용이라 이름 했다. 그 숨고 뛰고 나는 변화를 헤아릴 수 없음을 보아 이름을 취한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산천〉조에 보면 용산(龍山)의 이름을 통해 한국인의 산룡(山龍)에 대한 인식이 용이 엎드려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복룡산(伏龍山),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와룡산(臥龍山),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 같다고 천룡산(天龍山), 신비한 기운을 뿜고 있다고 서룡산(瑞龍山), 너그럽고 덕스럽다고 덕룡산(德龍山)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 외에도 대룡산, 개룡산, 계룡산, 교룡산, 귀룡산, 반룡산, 사룡산, 수룡산, 운룡산, 청룡산, 필룡산, 회룡산, 홍룡산, 용강산, 용골산, 용귀산, 용두산, 용란산, 용문산, 용박산, 용발산, 용복산, 용비산, 용호산, 용화산, 용산, 용용산, 용수산(龍帥山), 용수산(龍首山), 용악산, 용안산, 용요산, 용자산, 용재산, 용주산, 용진산 등 수많은 용산이 있다. 용산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경상도 19곳, 전라도 14곳, 충청도 12곳, 경기도 9곳, 강원도 7곡, 황해도 7곳, 평안도 17곳, 함경도 3곳으로 총 88곳이나 된다.

한국의 산경은 ‘맥(脈)’개념이 특징을 이룬다. 일본의 풍수에는 맥 개념이 없다. 맥의 의미는 백두산으로부터 이어져 있다는 연결성과 물과의 관련성에서 본 용맥적 개념이다. 그리하여 산을 체계로 보게 되고, 체계로 보니 줄기와 가지가 구별된 것이다. 맥 개념은 산이 근본에서부터 이어져 있는 맥세(脈勢)라고 보게 하여 산 관념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마을의 산일지라도 멀리 백두산에서 맥을 잇고 있다고 여겼다.

일찍이 도선(道詵:827∼898)은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마치니 그 세는 수(水)를 근본으로 하고 목(木)을 줄기로 하는 땅이다’라고 하여 한국의 대체적인 지세 구조를 ‘수근목간(水根木幹)’이라고 했다.

산맥에 대한 관심은 신경준(申景濬:1712∼1781)에 이르러 정리되어 『산경표(山經表)』로 체계가 잡히니 1대간, 1정간, 13정맥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한국의 산맥을 큰 줄기 하나와 14개의 갈래진 줄기로 보고 14줄기 중에서 큰 강을 끼고 있는 것은 정맥(正脈)이라 이름하고, 산줄기 위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정간(正幹)이라고 했다.

서산대사 휴정(休靜:1520∼1604)도 ‘조선사산평어(朝鮮四山評語)’에서 한국의 사대명산을 비교해 말한 바 있다. 금강산은 빼어나지만 웅장하지는 않고,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빼어나지는 못하며, 구월산은 빼어나지도 웅장하지도 못하고, 묘향산은 빼어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하다’

조선 후기의 명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집성하여 책을 편찬한 실학자 성해응(成海應:1760~1839)은 ‘산수기서(山水記序)’에서 ‘한양의 산은 빛나고 준걸차서 사람으로 하여금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경기도의 산은 모두 그윽하고 곱다고 일컬어진다. 황해도의 산은 수려하여 즐길만하다. 또 선현의 자취가 많다. 전라도의 산은 모두 빼어나서 볼만하다고 본다. 경상도의 산은 선현의 자취가 많다. 이른바 높은 산을 우러르는 것이라 할 만하다. 그윽한 바위를 보고 생각을 모으고 긴 내를 낭랑하게 읊으니 한갓 노니는 흥취만이 아니다. 함경도의 산은 북방 기운의 빼어남을 품고 있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깊어 가는 가을이다. UN 총회에서는 2002년 ‘세계 산의 해’, 2011년 ‘세계 산림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산에 가는 사람들의 우리국토 명산에 대한 체계적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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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2017-11-14 12:41:05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 현재가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라는 시간에 최소한의 기간이 있다면 현재 속에는 다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므로 현재라는 시간은 기간이 제로인 시간이어야 하고 그러면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도 존재할 수 없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오른 과학자들(김정욱, 김진의, 임지순, 김필립)도 반론을 못한다. 반론을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면 그들에게 물어보거나 이 책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