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생명은 신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신뢰가 무너지면 정치의 생명도 끝이다. 엊그제 물러난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스스로 하야했다. 그런데도 정치인의 변절과 변신, 말 바꾸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여느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까지도 당적을 바꾸고 탈당과 분당을 다반사로 하면서 오로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려는 권력욕으로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 정치적 무관심에 묻혀 ‘정치는 그런 것’이라는 체념적 태도를 보여 왔다. 정치 지도자들이 그러다 보니 나라 꼴이 우습게 돌아가고 있다. 대의를 내세우며 소리(小利)를 탐하고, 국민을 내세우며 파당을 추구하는 굴곡과 뒤틀림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김두관 도지사도 도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인이 됐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던 그는 한나라당이 자신을 야 3당과 야합한 ‘위장 무소속’이라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듯 “도지사에 당선되면 무소속으로 남겠다.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정치에 신경쓰지도 않을 것이며, 무소속 도지사로 도정에만 매달리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무소속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선거 당시 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김 지사가 본인의 정치적 득실에 따라 약속을 어긴 것은 선량한 도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거짓말쟁이 도지사임을 자인한 꼴이다. 선거 당시 ‘당선되면 다른 정당으로 입당할 수 있다’라고 공약했더라면 수많은 도민들이 그를 선택하지 않아 당선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김 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은 도민들이 용서할 수 없는 약속 위반이다.
오죽하면 같은 야당인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조차도 김 지사의 행태를 두고 꼼수정치에다 소탐대실이라는 논평까지 내놓았을까. 유리할 때는 입당하고, 불리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식이라면 정치를 너무 쉽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지사로서 도민들에게 무소속으로서 도정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한지 불과 2년도 안돼 헌신짝처럼 버리니 누가 정치인을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해서 김 지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대권을 얻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지금이라도 김 지사는 도민을 속인 책임을 지고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맞다. 그것만이 대권을 꿈꾸는 김 지사가 진정으로 사는 길이다. 아울러 우리 도민들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거짓말하지 않고 신뢰를 생명으로 아는 정치인을 국회의원과 대통령으로 뽑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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