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문화유적 탐방 소고
진주성-문화유적 탐방 소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16 18: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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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문화유적 탐방 소고


엊그제는 올해 같이 단풍이 좋은 해가 별로 없는데다 매월 한 번씩 유적지를 탐방하고 기행수필이나 시를 쓰는 수강생을 데리고 단풍구경을 겸하여 피아골의 연곡사를 찾아 유적탐방을 나섰다. 요즘이야 어디를 가도 사방천지가 단풍으로 물들어서 찬란하고 영롱하여 황홀경을 이루지만 마을 인근 야산들이 땔감으로 황폐했던 지난날에는 피아골 단풍이라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던 곳답게 첩첩산중 고산준봉이 오색으로 물들어서 숨이 갑실 것 같은 절경이다. 연곡사에는 국보 두 점의 승탑과 보물인 네 점의 승탑비와 3층 석탑이 옛 세월을 지키는데 국보인 승탑 두 기는 훼손된 곳 없이 어쩌면 그렇게도 온전한데 보물인 탑비는 둘 다 몸체인 빗돌은 흔적조차 없고 빗돌을 짊어졌던 귀부의 등에는 빗돌의 지붕만 올려져있어 국보인 동승탑은 도선국사의 승탑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 빗돌의 파편조차 찾을 길이 없었다니 탐방객 모두는 못내 안타까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국보 제47호로 고운 최치원선생이 짓고 쓴 쌍계사의 진감국사공탑비는 여러 조각으로 깨어져도 빠진데 없이 모든 조각을 꿰맞추어 테두리를 보철로 고정하여 그런대로 제 모습을 갖추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또한 보물 제446호인 양양 선림원지의 홍각선사 탑비도 산산조각으로 깨어져 흩어졌으나 파편조각을 예사롭게 보지 않은 일반인들의 관심으로 왕희지의 글씨로 집자한 비문 150여자를 수습하여 복원도 가능하게 된 사실만으로 와편 하나에도 관심을 가져할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사명을 일깨워주고 있다.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지도가 바뀔 정도로 온갖 개발 사업이 강산을 허물고 뜯어고친다. 산이고 강이고 들이고를 막론하고 도로개설과 선형변경 및 확포장공사, 소하천 정비, 각종 부지조성 등 온갖 사업을 한답시고 굴삭기들이 황새목을 하고 길게 늘어뜨려 파고 쌓고 헤집고 무너뜨리고 야단들이고 심산고찰들도 당우 짓고 조경하고 도로 내며 온갖 불사 한답시고 산도 파고 바위도 깨고 계곡도 헤집고 축대도 쌓고 야단들이다. 얼마나 절실하기에 다들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매장문화재의 작은 흔적들이라도 가벼이 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수백 년 전의 옛것은 소중하고 귀중한 문화재이고 보물이지만 지금 새로이 만들고 짓는 것은 천년이 지나도 문화재가 될 수 없고 십년도 못가서 애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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