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적폐청산 VS 정치보복
시론-적폐청산 VS 정치보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19 18:3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ㆍ역학연구가-적폐청산 VS 정치보복


졸지에 권력을 거머쥔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이란 프레임으로 당당하게 국민에게 밀착하고 있고, 위로만 바라보며 권력에 도취되어 서민들의 실생활에 둔감하였던 여당은 갑자기 야당신세가 되어 ‘정치보복’이라는 하소연으로 아등거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17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73%로 나타나 ‘적폐청산’은 어떻든 포괄적으로 긍정적 모양새다. 문재인 정권은 짧은 기간 동안 뚜렷한 성과도 없이 그저 일상적 행보만 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인기가 높은 것은 그동안의 정치권력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괴리되어 있었던가를 반증하는 지표라 하겠다. 극심한 양극화, 헬 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청년취업난, 갚을 길 없이 늘어만 가는 가계 빚, 권력층 주변의 억대를 넘나드는 금전 수수 등의 암울한 소식들은 지금도 서민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의 허탈감 속으로 밀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간의 심리를 붙잡고 현 정권은 내친 김에 전 정권들을 ‘악의 집단’으로 기정사실화시켜 이를 징계하는 영웅의 모습으로써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려 한다.

여당의 이런 공세적 작용에 대하여 야당의 반작용은 당연히 격렬하다. 빨갱이 좌빨들이 권력을 틀어쥐고서는 진보의 탈을 쓰고 애꿎은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로 목 놓아 외친다. 그러나 이 소리는 빈 하늘 찬바람처럼 왠지 썰렁하고 공허하다. 국민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전희경자유당 의원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상대로 ‘주사파 논란’의 불을 지폈으나 기대하는 ‘붐’은 일지 않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서멀하다. 지금 국민들은 보편적 교육의 결과로 의식수준과 지적 수준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또한 각자 저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각주구검(刻舟求劍)으로 지난날의 정서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박탈당한 적개심의 분풀이로 보일 뿐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비장한 각오로써 민심을 위무하며 미래를 준비하려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레임조작으로 바람을 불러 일으켜 민심을 조종하여 언젠가는 권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환상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여야 모두 ‘국민’과 ‘서민’을 말하고는 있으나 그들의 언표 속에서 ‘국민’도 ‘서민’도 찾아 볼 수 없다. 오로지 절대지존의 권력을 추구하는 파충류 두뇌만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국민들을 너 편 내 편으로 갈라 세 대결로써 정치권력을 장악하려하고 또 유지하려 하는 비릿한 비린내만 풍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의지는 정당의 당연한 속성이기에 이를 나무랄 것은 못된다.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복수와 방어의 칼바람을 휘날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새 냉엄한 국제정세가 우리들의 생명과 재산을 야금야금 파먹어 가는 데 있다.

물론 ‘적폐청산’으로써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이로써 보다 자신감 있고 당당한 국가와 더 부강한 국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고도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쓴 소리하는 참모를 곁에 두었더라면…”이라는 회고적 지적이 그것이다. 쓴 소리는 귀에 그슬리나 행동에 이롭다. 비판과 징계는 최근의 것을 대상으로 정확하게 처리하여 빨리 끝내는 것이 좋고, 칭찬과 부상은 먼 과거의 일조차 세세하게 파헤쳐 길게 하는 것이 감동과 충성을 이끌어내는 심리적 공식이다. 적폐청산 역시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본래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야당 역시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고 그렇게 외쳐대더니만 이제는 거꾸로 반대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반 정권 피케팅으로 빈 하늘만 공허하게 쑤셔대고 있다.

공감 없는 구호들만 한겨울밤의 찬바람으로 떠돌다 만다. 춥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