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주천년의 뿌리(Ⅷ)-진주정신의 형성
칼럼-진주천년의 뿌리(Ⅷ)-진주정신의 형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19 18: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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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진주문화원 향토사전문위원장·前 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강신웅/진주문화원 향토사전문위원장·前 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진주정신의 형성


진주는 과거 일천수백년 동안 이 지역의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였으며, 갑오개혁 이후 경남의 도청 소재지였다. 그러므로 진주의 시민성(市民性)은 바로 경남의 도민성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진주는 예로부터 국지인재지부고(國之人材之府庫)라 하여 ‘나라에 인재를 공급하는 창고’로 불릴 만큼 많은 인물을 배출한 곳이며, 또 ‘조정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진주에 있다’라고 할 정도로 인재가 많았으며, 특히 충절 문화 예술 교육 사상가 등 후세 사람들의 정신적 사표(師表)가 되는 분들이 많았다. 이 자리에서 언뜻 떠올린다 해도 충절의 고장 제 1번지답게 고려 문하시랑 하공진(河拱辰 ?∼1011)선생, 거란의 10만 대군을 물리친 은열공 강민첨(姜民瞻 963∼1021), 女眞族을 두만강 너머로 몰아내고 함경도의 국경을 다진 양정공 하경복(河敬復 1377∼1438) 장군, 솔잎으로 눈을 찔리면서도 청맹(靑盲)을 자처하며 절조를 지킨 대사헌 정온(鄭溫), 단종을 보위하다가 순절한 우의정 정분(鄭奔), 저 계사년 진주성 싸움의 삼장사인 최경회(崔慶會 1532∼1593), 황진(黃進 ?∼1593), 김천일(金千鎰 1537∼1593)과 논개(論介 ?∼1593), 죽음을 무릅쓰고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文益漸 1329∼1398)선생, 단성소를 올려 임금과 관리들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한 南冥 曺植(1501∼1572)선생, 태종 조에 영의정을 지낸 하륜(河崙 1347∼1416), 그리고 청백재상으로 이름난 하연(河演 1376∼1453) 선생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진주의 인재들이 나라를 위해 그 올곧은 정신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것이다. 이분들의 삶을 눈 여겨 살펴보면, 하나같이 자유, 평등, 정의, 주체의 정신 속에 학문과 문화 예술을 숭상했으며 시대를 정확히 예감하는 가운데 진취적이고 능동적 기상을 가지셨고, 그러했기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곧장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분들의 올곧은 정신을 물려받아, 진주인은 자유와 평등, 학문과 문화 예술을 숭상하고 불의를 미워하며 정의를 사랑하고 시대를 정확히 예감할뿐더러 웅혼활달(雄渾豁達)하여 항상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기상을 타고나 관망보다는 행동을, 이론보다는 실천을 중시하는 고귀한 정신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조선 정조때 대사간을 지낸 윤행임(尹行恁 1761∼1801)은 각 도민성(道民性)을 4자로 풀이했는데 경상도민을 일러 태산교악 설중고송(泰山喬嶽 雪中孤松) 즉 산악의 모습을 능히 바꾸고, 차고 매서운 눈보라를 홀로 견뎌내는 소나무의 절개에 비유하고 있으며, 영조 때의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은 대체로 경상우도인(慶尙右道人)을 ‘낙선호의(樂善好義)즉 착한 일 하는 것을 즐겨하고 의(義)로운 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이 고장의 정신적인 평가에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이렇듯 진주정신의 역사적 생성과정을 살펴보건대 ‘主體精神’, ’好義精神‘, ’平等精神‘의 세 가지로 가려 볼 수 있다.

상기 세가지 진주정신의 형성에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 진주만이 겪었던 수많은 역경과 고난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고려 신종때(1200년)에 진주에서 일어났던 공,사 노비의 민란으로 수천명의 희생이 있었다. 그 결과 전국 최초로 백성과 양반, 토호간의 대립이라는 뜻밖의 상황이 돌출함으로써 소위 인간평등정신이 전국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이어 이 민란의 영향으로 조선시대(1862년, 철종 13년) 2월에는 역시 이곳 진주에서 소위 반관숙정운동(反官肅正運動)인 진주농민항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음 호에서는 진주농민항쟁운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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