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한약의 더하기 빼기
한의학 칼럼-한약의 더하기 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22 18:5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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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한약의 더하기 빼기


한의학의 치료법은 크게 보법(補法)과 사법(瀉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보법은 부족하니까 더해주는 치료법이고 사법은 넘쳐나는 것을 깎는 것을 말한다. 보통 ‘몸이 허(虛)하니까 한약 좀 지어먹어야지’ 하는데 이럴 때의 한약은 보약(補藥)이다. 특별히 아프거나 검사해도 이상은 없는데 기운이 없고 입맛도 없고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 보약을 지으러 한의원에 온다. 이럴 경우 잘 먹고 잠만 푹 자도 자연히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이나 큰 수술을 한 환자들이 보약을 먹고 금방 회복하는 것을 보면 보하는 효과는 역시 한약이 좋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서양의학은 해부학을 비롯하여 우리 인체의 구조와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을 중점으로 발달하였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대장의 용종을 자르고 암을 절제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부위를 제거해야하는 질병들에는 뛰어난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외적으로 보이지 않고 검사 수치상으로도 이상이 없으며 단지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근에야 비타민주사제 등 면역요법에 관심을 가지지만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런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중요시 하고 효과적으로 처방을 해왔던 것이다.

반대로 사법(瀉法)을 살펴보자. 사법은 몸의 기능이 지나치게 실(實)하거나 항진 되었을 때 쓰는 방법이다. 몸이 허(虛)할 때 보약을 먹으라고 했으니 이제 몸이 실(實)할 때는 사(瀉)해주는 것이다. 물론 실하다는 말이 보통 좋은 의미로 쓰이긴 하지만 이 역시 과유불급이다. 예를 들어보자,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실(實)해서 아픈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급체한 상황이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빨리 먹었을 때 급체하여 배가 아프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약을 먹거나 손가락을 따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원시적이고 제일 효과가 빠른 방법은 바로 ‘토하는 것’이며, 한의학에서는 토법(吐法)이라고 한다. 자주 체하는 사람은 이렇게 토하고 복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술 먹고 속이 너무 안 좋을 때 토를 한번 시원하게 하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고 정신이 말짱해진다. 한의학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다 토법을 구사해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막무가내로 토하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인 체계가 잡혀져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이런 토법으로 간질을 치료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토법은 여러 사법(瀉法)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 감기 걸려서 열이 펄펄 끓을 때 일부러 땀을 내서 감기를 치료하는 것도 역시 사법이며 현대인들의 비만을 해결해주는 한방 다이어트약도 훌륭한 사법 치료인 것이다.

보통 한약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한약=보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몸을 보해주는 한약의 효과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못먹고 못살던 시대를 지내온 우리나라 특유의 보양(補養)문화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약에서 보약은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병 치료를 위한 한약이 훨씬 많다. 허한 몸을 챙기기 위해서 보약을 먹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인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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