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잔잔한 스토리가 게임에서 사람 냄새를 살아나게 한다
아침을 열며-잔잔한 스토리가 게임에서 사람 냄새를 살아나게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22 18: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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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잔잔한 스토리가 게임에서 사람 냄새를 살아나게 한다


지스타(G-Star)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게임 전시에서 최고 규모의 축제장이다. 올해도 우리 학과의 학생들은 수업 결과물을 가지고 전시에 참여를 했다. 무기를 가지고 서로 죽이는 전투 게임을 내가 싫어해서 그런지 올해 우리 학생들의 작품은 모두 서정적인 이미지에 탐험을 하거나 퍼즐을 푸는 게임 장르를 택했다.

우리랑 같은 공간 안쪽에 자리한 인디게임 전시부스가 있기에 방문해 보았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있었지만,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게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모니터에 보여지는 화면만 보고도 ‘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게임 중 하나였다. 안내 푯말을 보니 역시나 2017년 올해의 인디게임들 중에서 베스트 아트상을 받은 올드 맨 저니(노인의 여행, Old man’s journey). 오늘 칼럼은 이 게임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과 돈의 구조가 중요하다. 아이템을 통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가지거나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의 수를 계속 유지시키는데 그 관심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 게임 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장르를 선호하게 되고, 게임의 스토리와 전개는 그 방향에 맞추어지게 된다.

기존의 게임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탈피해 게임을 하는 동안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자아내게 하는 게임 중 하나이다. 게임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노인의 여행을 기본컨셉으로 가지고 인생의 행복과 슬픔, 후회,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서정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게임 세대가 젊은이가 대부분인 요즘에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노인이다. ‘노인의 여행’이란 제목에 걸맞게 하얀 수염에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노인이다. 손으로 그린듯한 파스텔톤의 그래픽들과 잔잔한 배경 음악은 게임을 하는 동안 ‘치유’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명상을 겸한 게임이란 표현이 적절할 듯 푹 빠져들게 만든다.

시각적인 부분을 보면 노인의 눈을 통해 여행지와 추억이 담긴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려진다. 노인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소중한 순간, 이루지 못한 꿈, 변경된 계획으로 영혼을 찾아 떠나는 동안 겪게 되는 풍경들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일러스트와 같은 이미지들이 배경 화면들로 펼쳐진다.

다음은 배경과 캐릭터의 움직임이다. 내가 아는 게임은 고정된 배경에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 혹은 상하로 이동하는 형태라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굴곡의 언덕길을 마우스를 가지고 위 아래로 지형을 움직여 노인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퍼즐형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는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의 전개에서 배경과 캐릭터를 함께 움직이는 형태로의 변형이다.

발표되는 게임들 중에서 이처럼 사람 냄새가 나는 게임들이 난 좋다. 이 게임은 사랑, 실망과 후회, 희망의 결합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삶의 부분들을 게임 스토리에 담았다. 게임 속에 묻어있는 스토리처럼 추억을 통한 한 인간의 삶을 바라보면서 뭔가를 느끼게 한다. 각박한 이 세상에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다양한 직업군에 강력한 무기를 이용한 패 싸움이 주류를 이룬다면 이처럼 서정적이고 잔잔한 흐름의 게임을 난 좋아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폭력성을 키우거나 장시간의 게임 노출에서 오는 전두엽의 손상, 정서조절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게임 보다는 감정적 움직임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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