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글 쓰는 삶을 위한 하루
세상사는 이야기-글 쓰는 삶을 위한 하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29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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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글 쓰는 삶을 위한 하루


개나리꽃 위에 첫눈이 내렸다. 이른 봄인지, 초봄에 내린 늦은 눈 소식 인지 헷갈리지만 찬바람 부는 겨울이다.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동네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김장 소식이 들려왔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맛깔스럽고 다양한 김치 사진이 올라왔다. 가족들이 함께 만드는 김장김치에는 정(情)이라는 사랑의 양념이 듬뿍 묻어있다. 이렇게 겨우살이 준비가 한창이다.

필자도 마음의 양식으로 책 10권을 장만했다.

어느덧, 2017년 정유년 붉은 닭의 해도 달력 한 장 만큼의 시간만 남았다. 연말도 아닌데 ‘올해의 뉴스’가 나오고, 온라인 서점에서는 ‘올해의 책’ 투표가 진행 중이다.

12월이 오기 전에, 한 해 동안 우리 삶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자.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자는 뜻이다.

지난 6월 7일은 필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전환점)가 된 사건이 있었다.

‘꿈을 쫒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필자의 생애 첫 칼럼이 경남도민신문의 지면에 나왔다.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 유공으로 꽃다발을 받으면서 특별 승진을 했을 때 보다 더 기분 좋았다.

칼럼을 쓰게 된 계기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 하신 분의 추천이었다. 그 분은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필자의 신문 기고를 읽고 거창까지 찾아와서 용기를 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코너에 여러 가지 주제로 16편의 글을 썼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과 끈기가 없이는 힘든 일이다. ‘썼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하는 건강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는 지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가 아닌 ‘독자’를 우선 생각해야 하는 일도 녹록치 않다.

글 쓰는 삶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동료, 지인뿐만 아니라 글이 연결해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많아져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됐다.

한 달에 2, 3편의 칼럼을 쓰기 위해서 신문과 책을 가까이 하고 사소한 것들도 그냥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강의를 하면서 배우고 글과 책에 관련된 모임에 참석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려 애쓴다. 직장에서 쓰는 보고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감시간까지 고민하고 여러 번 확인 하는 습관도 생겼다. 쓸거리를 찾거나 사색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도 아껴 쓰게 됐다.

글쓰기로 상을 받고 자존감이 높아졌던 달콤한 경험도 몇 차례 있었다.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디지털 지문처럼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쓰면 쓸수록 더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힘들게 쓴 칼럼을 종이신문으로 읽으면, 짧은 지식과 부족한 글 솜씨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 담백한 ‘나만의 문장’으로 표현할 때 좋은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를 열심히 살면 한 단어가 만들어지고, 일주일을 치열하게 살면 한 문장이 완성된다. 그렇게 써내려 간 문장들이 모이면 아름다운 한권의 글 꽃이 필 것이다.

필자에게 2017년은 직장인으로서 글 쓰는 삶을 위한 하루였다.

당신은, 어떤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한해를 살아왔는가.

아직 한 달이 남아 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생각만 하지 말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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