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동글이 땡글이
아침을 열며-동글이 땡글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05 18: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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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동글이 땡글이


우리집엔 고양이가 두 마리다. 애완동물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딸이 하도 키우자고 성화를 대서 옆집에서 난지 4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한국 토종 노랭이로 하얀 털이 더 많은데 노란 털이 듬성듬성 무늬져 있다. 이름을 동글이로 정했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역시 토종 노란둥이로 애도 흰색이 더 많다. 동글이가 입원한 병원에서 난지 한달 된 아이를 입양해서 땡글이로 이름을 지었다. 이런 저급한 구분을 안 하려고 하는데 자연 동글이보다 땡글이가 더 예쁘다. 다른 이웃 사람들도 볼 때마다 그렇게 말하고.

동글이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식구는 마음을 졸였다. 녀석은 자신이 태어나고 4개월 동안 자란 집에서 떠나왔다고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했다. 물도 밥도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자기 형제와 엄마와 사람가족까지 있는 곳에서 떠나왔으니 그 마음이 오죽 했겠는가. 나흘을 굶더니 새벽녘에 사료를 씹는 소리가 따각따각 들렸다.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던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여름이 되었다. 잘 먹고 잘 놀던 녀석이 또 안 먹고 안마시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토하고 설사까지 하면서 또 사흘을 넘겼다.

애가 기력을 못 차리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게 얼마나 안쓰럽던지 병원에 데리고 갔다. 애들은 아직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병원비가 걱정됐지만 애를 그냥 죽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병원에서 고양이 전염병인 범백이라고 진단했다. 며칠간 입원을 시키면서 경과를 봐야 알겠다는 것이었다. 열나고 토하고 못 먹었으니 사흘 만에 동글이는 배가 훌쭉한 늙은이가 되어있었다. 아직 효과 있는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어서 자신이 이겨내면 사는 거고 못 이기면 죽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병원이나 되니까 수액을 주입할 수 있어 입원을 시켰다.

역시 사흘을 입원을 시켰지만 먹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기력은 조금 회복되었다. 병원에서 낯선 곳이라 더 안 먹을 수 있으니 집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간식으로 달래보라길레 퇴원을 했다. 다행이도 집에 온지 이틀 만에 먹기 시작했다. 차츰 회복을 하는데 녀석의 뒷다리가 좀 이상했다. 완전히 못 써는 건 아닌데 제대로 역할하지 못했다. 앞다리가 뒷다리를 끌고 다닌다고 해야 할 형편이었다. 앓고 난 후유증이거니 하고 차츰 회복되리라고 봤다. 그런데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지만 별 탈 없이 범백에서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웬걸,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어느날 갑자기 머리를 떨며 먹이를 제대로 못 먹었던 것이다. 아마 머리를 숙이는 게 잘 안 되는 듯했다. 그래서 먹이도 손으로 턱밑에 받쳐주어야 먹었다. 그 정도였으면 괜찮았다. 나만 조금 귀찮으면 되니까. 그런데 동글이는 자면서 발작을 하고 일어나 토하고 설사를 해서 온 집안을 화장실로 만들어버렸다. 밤중에 일어나 닦고 씻어내느라 할 짓이 아니었다. 식구 중에 참을성이 없는 사람은 안락사 이야기까지 했다. 또 병원엘 데리고 갔는데 검사만 한다고 돈만 먹고는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면 검사를 하지 말든지, 의사에게 왕짜증!!

병원엔 다녀온 동글이는 더 심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발작하던 것이 두 번으로 더했다. 이에 나는 내가 살린다고 굳게(?) 결심하고 먹이를 조절하며 나름의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라고 하지만 별게 없고 더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함께 오래오래 살자고.

나홀로 치료에 돌입한 지 거의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머리 떠는 것도 좋아졌고 발작도 지금 한 달째 안 하고 있다. 땡글이? 땡글이는 정말 다행이도 아무 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지금은 형만큼 자라서 대장질을 하고 산다. 동글이 형한테 하도 대들어서 혼이 많이 난다. 그래서 자기를 덜 사랑하는 줄 안다. 그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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