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감정과 한의학
한의학 칼럼-감정과 한의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07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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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감정과 한의학


오늘은 감정과 관련된 한의학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에 앞서 우리가 한의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인 기(氣)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우리가 기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것이 정말 존재 하는지 않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한의원에 보약 지을 때 ‘기가 허하다’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넓게 봐서 자연 현상의 하나로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기가 존재한다는 흔적들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기(電氣)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전기의 기도 우리가 말하는 그 기고 전자를 가진 기라고 풀어 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空氣), 하늘의 대기(大氣)라든지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도 들을 수는 없지만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바로 기이다. 우리말 표현에서도 ‘기가 막혀 죽겠다!’ 등의 관용표현도 얼마든지 존재 하지 않는가?

이렇듯 기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데 기는 방향성을 가진다. 대기의 흐름에 따라 날씨가 변화하고 전기가 발전소에서 나와 흘러 들어와 도시의 불빛을 밝히는 등 기는 흐름을 가지고 방향성을 가지는 존재이다. 이러한 기가 우리 몸에서도 운용되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기는 우리 몸의 폐에서 만들어져 온몸을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흘러가는데 이때 만약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기의 흐름에 착란(錯亂)이 생긴다. 감정에 따라 기의 방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희노사비공(喜怒思悲恐)이라고 하여 기쁘고 화내고 생각하고 슬프고 무서운 것을 기본 감정으로 보았다. 어떤 것에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것도 하나의 감정이라고 정의한 것이 특징이다. 이 다섯 가지 기본 감정들은 오장(五臟)에 하나씩 배속이 되는데 간은 분노와, 심장은 기쁜 감정과, 비장은 생각하는 것과, 폐는 슬픈 감정과 신장은 무서운 감정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크게 화가 난 상황을 가정해보자. 분노에 가득 찬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밥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분을 삭이지 못해 벌떡 일어난다. 고개는 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위를 치켜들고 목소리가 올라가며 얼굴도 울그락 불그락 빨게 진다. 기가 어느 방향인가? 기의 방향은 위이다. 이 사람의 기는 위쪽으로 향하고 기가 위로 향하는 모든 행동들을 하고 있다. 혈을 이끄는 것이 기이니 피마저 위로 역상한다. 그래서 고혈압 환자가 순간적으로 분노를 하면 고혈압으로 인해 혈관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간이 약하거나 간을 많이 상하게 할 수 있다.

공포에 질린 상황은 어떨까. 공포에 질리면 기는 아래로 향한다. 기가 꺾인다는 표현을 보면 짐작할 수가 있다. 언제 기가 꺾일까? 공포에 질리는 등 무엇인가 두려운 상황에 닥쳤을 경우이다. 너무 무서우면 오줌을 지린다고 한다고 한다. 공포에 질리면 고개는 아래로 향하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심한 경우에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개들이 자신보다 더 큰 호랑이나 맹수들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쫑긋하던 귀가 축 쳐지고 오줌을 지린다. 공포의 기는 아래 방향이다.

이렇듯 한의학에서는 감정에 대해 기와 관련한 이론을 정립해 놓았고 따라서 감정으로 인하여 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여러 치료법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거나 내부의 장기가 약해져 병들기도 감정이 상서해 몸을 상하는 경우도 많다. 연말 이렇게 사람의 감정까지 포용하는 따뜻한 한의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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