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시론-“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11 18: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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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화/논설위원

정민화/논설위원-“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수십 년째 한국경제 숙원사업의 가장 윗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노동개혁. 20년 전 외환위기때 문제를 풀기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반쪽짜리 개혁에 머물면서 방치하면 회복할 수 없는 악성종양화 될 가능성이 농후해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혁신적인 분야에 투자해 국민모두가 과실을 누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경제정책의 두 바퀴로 삼고 있는 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아주 험난한 산이다. 친노동, 친서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의 숙명적인 임무로도 보여 진다.

2000년대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경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소득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노동개혁을 바탕으로 기업혁신의 토양을 마련해야하며 이를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이 확보돼야 중소, 벤처기업이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이 자유롭게 고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직업훈련과 일자리 찾기 활동지원이 뒤따라야하며, 그리고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

실업보험은 단순히 보험금 지급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교육, 취업정보 제공 등을 제공해야한다.

또한,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상향조정하고 지급기간을 최소 18개월까지 연장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의 벤치마킹의 모범사례로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있다. 두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던 80년대에 대대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감행해 경제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본질은 ‘유연 안정화’다. 유연 안정화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한 개념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되 노동자에게 튼튼한 사회 안정망을 제공해 노동자의 불만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사회복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는 황금삼각형을 완성했다. 채용과 해고가 자유로워 매년 노동자의 1/4은 해고된다, 하지만 해고된 노동자는 최장 4년 동안 직전임금의 90% 수준인 실업급여를 보장받기 때문에 해고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는 재취업 교육과 알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네덜란드는 정규직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쪼개 총고용을 대폭 늘렸다. 현재 네덜란드 총고용의 50.8%가 시간제 일자리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시간제 노동자는 임금은 물론 상여금, 복지, 교육수준 등에서 전일제 노동자와 거의 유사한 정규직이다. 공공부문에선 임금차이가 없고 민간부문에선 7%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우리가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노동개혁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은 노동유연화 정책이 아니라 노사정 대타협을 가능하게 한 배경인 튼튼한 사회 안정망이다. 두 국가가 20세기 전반에 걸쳐 차근차근 쌓아온 사회 안정망은 노동자와 사용자를 매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져 해고가 쉬워져도 노동자의 삶이 크게 위협받지 않기 때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는 53.6으로 덴마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 안정망 확충에 투자하는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실업급여, 직업훈련 등 노동시장 정책에 지출하는 비용을 살펴보면 덴마크의 GDP 대비 노동시장정책 지출은 4.42%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네덜란드는 2.93%로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실업자 비율은 두국가보다 훨씬 높은 데도 지출은 0.36%에 불과하다.

경영계가 불평하는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OECD 평균수준에 근접해 있다. 책임회피성 낡은 논리에 불과하다, 이제는 사회 안정망을 확충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때다.

노동개혁은 모든 개혁의 기초로 불리어진다. 결국 사람의 문제인데 노동개혁은 바로 사람을 움직임을 원활히 하는 개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혁의 방향이 좋더라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개혁은 결국 기득권과의 싸움이 된다. 재벌개혁은 재벌의 기득권을, 노동개혁은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공공개혁은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기득권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기에 결코 쉽지 않는 여정이다. 노사관계에서 변치 않는 진실이 있다.

“노조가 없어져도 회사는 건재하지만 회사가 없어지면 노조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 다함께 고민하고 음미해봐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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