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무슨 졸업식 하며 열어보았더니 방송통신대 졸업식이 서울 본교에서 있으니 참석하라는 안내문이었다. 2번째 받는 졸업장이지만 마음이 들떴다. 대학을 졸업한 지 25년 만에 나는 다시 대학을 들어갔다.
몇 해 전 대운산 자락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적이 있다. 식당경영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맛을 창출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맛보다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 지가 더 큰 숙제였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만남에 대한 뉴스가 한창 나올 때였고 경영학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필요성을 절감한 나는 경영학을 꼭 배워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디에서 공부할까 찾다가 방송통신대를 떠올렸고 2년 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편입을 하였다.
방송통신대는 내가 그냥 알고 있던 것과 달리 TV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강의도 활성화되어 있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많이 좋아져있었다. 다만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가 무방비로 중간고사를 맞이했다. 벼락치기로 겨우 눈가림을 하고 잠시 일상에 젖어 있다 보니 또 준비 없이 기말고사를 맞이하였다. 그동안 들은 것이라도 있으면 벼락치기도 쉽겠는데 생판 모르는 과목에 듣도 보도 못한 공부를 하려니 죽을 지경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공부랑 멀어져 있었던 터라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고 진도도 나가지 않았다.
처음 방송통신대를 다닐 때는 부끄러웠다. 좋은 학교가 아니라는 생각에 부끄러웠고 다들 졸업장이나 따러오는 찌질한 학교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우들을 알아갈수록 시험을 거듭할수록 이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나처럼 백수로 공부에 올인하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고 다들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고 학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온 젊은 친구들도 많았다. 공부가 즐거워 70이 넘은 나이에도 공부하는 만학들도 수월치 않게 만날 수가 있었다.
출석 수업과 중간, 기말고사가 대부분 주말에 편성되어 있어 행사 많은 5월도, 휴일 많은 10월도 책상 앞에 앉아있게 하는 인내의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날들이고 가족에게 죄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배움을 알아가고 졸업을 하는 방송통신대생 모두에게 정말 장하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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