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와 스펙
자원봉사와 스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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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정/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팀장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이력서에는 각종 경력과 높은 외국어 점수, 수상내용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다. 그들은 화려한 이력을 만들기 위해 대학 재학시절부터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취업이 인생의 목표가 된 청년들은 남다른 이력을 선보여야 기업 인사담당의 눈에 띄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력으로 자원봉사활동 경험을 줄줄이 열거하며 다른 이와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기업에서도 인재를 뽑을 때 화려한 스펙만이 아니라 인성 평가의 비중도 크게 두고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 경력을 평가의 척도로 가늠하기도 한다. 때문에 봉사하는 리더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은 이제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경쟁력을 가진 스펙을 위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해외자원봉사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하고 많은 해외자원봉사 활동 가운데, 특히 대기업이 주최하는 활동은 활동비의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지원자들이 상당히 몰려든다. 그들에게 있어 해외봉사활동은 경쟁률이 높고 합격 기준이 까다로울수록 그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액을 지원받는 해외봉사활동에 참여 하지 못한 이들은 자비를 써서라도 해외봉사활동에 다녀오고 있다. 정작 국내에서는 봉사활동 경력이 한번도 없는 사람들이 말이다.

확실히 미래를 위해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것은 현실적인 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혹은 무료로 외국에 나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경험은 개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하기전 국내에서도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의 이력이 아니라 화려한 해외봉사활동 한 줄만으로는 취업에서도 합격의 기쁨을 맛보기 힘들 것이다. 해외봉사활동만 참여한 경험의 이력서는 누가 봐도 참된 봉사 정신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혹은 자신의 스펙을 위한 활동으로 보여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봉사활동은 스펙 쌓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에 있어서 너무 이기적인 것은 곤란하다. 적어도 봉사활동의 참된 정신을 알기 위해 국내에서의 봉사활동과 해외봉사활동을 적절히 조화시켜 꾸준히 참여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왕 시간투자하고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시간 떼우기식의 활동이 아니라, 스펙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 가슴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활동이 되었으면 한다.

자원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를 발견하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발견하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봉사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참된 존재를 찾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뭔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활용했으면 한다.

억지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소위 스펙들은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헛수고가 된다.

많은 청년들이 ‘스펙’으로서가 아닌 진정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수단이 아닌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자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진짜’ 봉사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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