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인(知人)과 용인(用人)
칼럼-지인(知人)과 용인(用人)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18 18: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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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지인(知人)과 용인(用人)


지인, 즉 사람을 아는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지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업무에 적합하고 어떤 일에 능한가를 파악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유소(劉邵)는 ‘인물지(人物志)’에서 개성이 같지 않은 사람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논하였다.

성격이 강인하고 거친 사람은 세세한 일을 처리하는 데 약하다. 총체적으로 큰 포부는 있으나, 작은 일에 얽매이려 하지 않고 꼼꼼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엄격한 사람은 명민(明敏)함이 부족해서 법에 의한 처리는 아주 엄격하고 공평하지만, 변통을 해야 할 때는 너무 고지식하다. 너그러운 사람은 인자하고 의로운 장점은 있지만, 시류에 맞게 일을 처리해야 할 때는 동작이 느려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개성이 유달리 강한 사람은 범속함을 탈피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일상과 맞지 않는 무위의 도를 추구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행위를 저지른다. 이와 같이 사람에게 장단점이 있듯이, 정책이나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왕도(王道)의 덕(德)으로 교화하는 정책은 전체적인 국면을 살피고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에는 적합하지만, 구체적인 일을 처리할 때는 종종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면을 보인다. 책략을 중시한 정책은 위기에 처한 난세를 다스리는 데는 안정맞춤이지만, 태평 시대에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오를 수습하고 교정하는 정책은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풍조를 타파하고 부패를 정리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나라의 정치가 파탄이 날 우려가 있다. 공정하고 엄격한 정책은 내부의 사악한 세력을 없애고 변방을 다스릴 수 있지만, 민중의 마음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위엄 있고 맹렬한 정책은 반란을 평정하는 일에는 유효하지만, 그것으로 백성을 다스린다면 폭정이 되고 말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하나’의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즉 사람이든 정책이든 모두 장점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저마다 한계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진나라 말기에 살았던 병법가 황석공(黃石公)은 이렇게 말했다. “총명한 사람, 용감한 사람, 탐욕스러운 사람, 우둔한 사람을 잘 구분해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총명한 사람은 공을 세우기를 즐기고, 용감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하기를 즐기며, 탐욕스러운 사람은 이익 앞에서 결단을 잘 내리고, 우둔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 각자의 성격에 따라서 임용하는 것은 용병술에서 가장 미묘한 권모술수라고 할 수 있다”

‘회남자(淮南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천하에 부자(附子)보다 독한 약초는 없다. 그러나 뛰어난 의사는 오히려 그것을 수집한다. 왜냐하면 부자의 독특한 약효를 알기 때문이다. 고라니가 산에 오르는 속도는 잘 달린다는 노루도 따르지 못할 정도이다. 산에서 내려가는 고라니는 목동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이는 어떠한 재주일지라도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북방 호인(胡人)들은 기마(騎馬)술에 능하고, 남방의 월인(越人)들은 배를 모는 데 능숙하다. 만약 서로 위치를 바꾸어서 상대가 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위무제(魏武帝) 조조(曹操)는 이러한 조서를 내린 적이 있다. ‘진취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덕행을 겸비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덕행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진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진평(陳平)이 충직한 사람이란 말인가? 소진(蘇秦)이 신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란 말인가? 하지만 진평은 한 왕조의 기업(基業)을 마련했고, 소진은 약소한 연 나라의 잃어버린 땅을 수복한 사람이다. 이는 바로 그들의 장점을 잘 이용한 결과이다’ 위(魏) 나라 사람 환범(桓範)은 이러한 말을 남겼다. ‘제왕이 사람을 등용할 때는 시대의 필요에 따른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천하를 다툴 때에는 먼저 책략이 풍부한 사람을 채용하고, 천하를 얻은 후에는 충신과 의사들을 채용해야 한다’

어느 시기에 어떤 사람을 쓸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가? 이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해가 다 가고 있는 데 공공기관장의 자리가 많이도 비어있다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의 용인술이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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