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함께 하는 세상(7)
아침을 열며-함께 하는 세상(7)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21 18: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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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망경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함께 하는 세상(7)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아침의 차가운 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하는 짓이라면 한낮의 햇빛은 두터운 겉옷을 벗어놓고 햇빛 속에 일광욕이라도 하라는 듯하다.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먹은 아이들이 두터운 외투를 벗어 던져두고 놀이에 한창이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아이도 있다. 감기 조심하라는 이야기에 벌써 감기에 걸렸단다. 그러면서 뛰어노는데 온 마음이 가있다. 친구들이 좋긴 좋은가보다.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 수업만 끝나면 모두들 어디론가 가버리는 아이가 태반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가끔 학교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그네를 타면서, 혹은 모래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아이를 볼 때면 아이들이 가엾다는 마음이 든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도 저희들끼리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도서관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은 면소재지의 제법 큰 동네지만 시골이었다.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되는 거리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침과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었지만 오후에는 그렇지는 못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동네에서는 숨바꼭질을 한다든지 다른 여러 종류의 놀이에 온 동네를 뛰어 다녔다. 그래서 친구들과는 항상 함께였고, 심심할 새가 없었다. 조그마한 동산에서는 축구, 발야구(족구), 진 놀이, 고상받기 등등 많은 놀이가 우리들을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다. 여름철 더울 때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서 고누놀이, 공깃돌 줍기 등 놀이와 나무에 올라가기 등을 하면서 친구와 가까울 수 있었고, 겨울의 추위에는 연날리기, 얼음 위에 썰매타기, 팽이 돌리기 등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였다. 학교에 있는 책도 마음대로 빌려서 볼 수 있기도 하였다.

그렇게 자란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어떻게 하였을까? 자신들의 좋았던 시절은 추억으로 가슴에 새기면서 아이들에게는 공부라는 굴레를 씌워 여러 학원으로 내몰고 추억을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럼으로 해서 아이들은 행복하지도 못한 생활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또한 젊은 부모들도 삭막한 사회의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여 아이들의 생각은 하지도 않고 부모들의 마음대로 아이들이 학교 등에서 놀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아이들의 행복한 생활인지 아이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부모님의 생각이 다 인 것이다.

학원으로 내몰리지 않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가끔 운동장에서 들려올 때면, 학원에 못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야 안타까울 테지만 어쩐지 내겐 즐겁고 행복하게 들린다. 혼자서 외롭게 놀면 그렇게 들리지 않겠지만, 몇몇이서 그네도 타고, 뛰어노는 것이 아침에 참새들이 지저귀는 것처럼 밝게 들리는 것이다.

요즈음의 학교 수업이 바뀌고 있다. 혼자서 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협력학습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원 등을 통해서 하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함께 공부하도록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바라지도 않는 학원으로 내몰아 혼자만 생각하고 혼자만 살아가려는 것을 만들어 주지 말고,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행복에 겨운 소리들로 운동장을 메꿀 수 있다면 아이들은 공부도 재미있게 할 것이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서 폭력이라는 말도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모두들 함께 운동장이 꽉 채워지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 어깨동무를 하고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그려보면서 겨울의 시린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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