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구영신(送舊迎新), 파사현정(破邪顯正)
기고-송구영신(送舊迎新), 파사현정(破邪顯正)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25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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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송구영신(送舊迎新), 파사현정(破邪顯正)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의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며칠 있으면 희망찬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아오게 된다. 세월의 빠름이 새삼스럽게 가슴 깊이 와 닿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연말이다. 해마다 맞는 연말이지만, 사람마다 자기가 처한 처지와 환경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감회와 바램을 가졌으리라. 올해는 전직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등 말 그대로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

사람마다 한해를 보내는 회한이 남다를 것이지만 좋은 기억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에 가득찬 마음으로 새해를 기약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사다난했던 일들에 얽매이게 된다면 후회와 함께 미련 가득한 마음만 남게 된다. 그러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새로운 희망의 발걸음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교수들이 우리 사회의 세태를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리해 발표했다. 바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을 지난 말로 불교에서 나온 용어이다. 불교에서는 파사현정이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사악한 것을 깨닫는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므로 얽매이는 마음을 타파하면 바르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특히 삼론종(三論宗)의 중요한 근본 교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교수들이 올해를 집약하는 단어로 파사현정을 선택한 것은 과거의 잘못된 것을 청산하는 일이 순조롭게 추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사현정을 올곧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부패와 부정에 연루된 채 민생을 외면하고 자신의 사익만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배격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이 우리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사회도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사람과 인성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내년 6월에는 지방의 정치권력을 움직이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정치 역정이 투명하고, 도덕적이고, 위기관리능력이 있고, 시민과 소통하며 사회 양극화 해소와 서민경제 회복에 사력을 다하는 사람을 지방정치를 이끌 인물로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파사현정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연말연시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가 '사랑나눔'이다. 소외된 이웃들은 연말연시를 보내기가 가장 힘든다. 더욱이 따뜻한 한끼 식사 조차 나눌 이웃이 없는 홀로하는 어르신들과 부모없는 청소년들은 연말연시에 사랑이 한없이 그립다. 인간사의 근본은 남에게 베풀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보시(布施)를 매우 중요시한다. 보시란 널리 베푼다는 뜻의 말로서,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세속의 명리(名利)를 위해서라든가 어떤 반대급부라도 바라는 마음에서 한다면, 그것은 부정(不淨)보시가 되므로 철저히 배격한다. 이웃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빛 하나, 미소 하나도 큰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나눔과 베품이 된다.

노납도 항상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40여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특히 지금의 우리가 잘살 수 있도록 평생을 헌신한 어르신들이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면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어르신들을 위해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잘못된 점은 반성하고 새해에는 희망찬 발걸음을 내 디딜 수 있도록 다짐을 해보자. 화살처럼 지나간 한해의 세월을 한탄하지 말고 새 희망을 품으며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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