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국종 신드롬
시론-이국종 신드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04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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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이국종 신드롬


이국종 교수를 ‘2017년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의 한사람으로 환경재단이 선정하였다. 그리고 여러 매체들도 앞 다퉈 그를 ‘올해의 인물’로 치켜세웠다. 작년 한 해 빅데이터가 분석한 우리나라 인명 검색어 중 1위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2위는 이국종 교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색어 1위인 것은 작년의 정치적 격변으로 미루어 보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의 경우는 다르다. 이국종 교수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자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의 돈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벌도 아니며,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초중고때 부터 세뇌당하여 목말라 갈망하여 마지않는 서울대출신도 아니고, 여러 정책에 입김을 작용할 수 있는 고위층인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지잡대(지방의 잡다한 또는 잡스러운 대학)’ 출신이고, 서울의 빅 파이브 병원이 아닌 수원의 지방대학 작은 병원에 근무하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여부가 불투명한 신분이고, 병원적자의 주요인인 외과의사로서 언제 폐과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 속에서 집도(執刀)를 해야 하는 별 볼일 없는 처지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3년도엔 환자 수송을 위한 '헬기 비용'으로 8억 원 정도의 빚을 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인기 의학드라마 MBC ‘골든 타임’과 SBS ‘낭만 닥터 김사부’의 실제 모델이었고,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렸으며, 이번 JSA 귀순병사 오청성을 살려 냈다. 이후 청와대 홈 페이지에 이국종 돕기 청원시작 일주일 만에 20만 명 이상이 청원하였다. 이어 왜 사용하지 못하였는지 그 실체적 까닭을 살펴보지도 않고 단지 전년도 예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그 어이없는 이유 하나로 2017년도 예산에 비추어 40억이나 삭감되어 400억 4천만 원 정도였던 중증외상센터 예산을 이국종 교수의 존재감과 발언으로 200억이 늘어나 2018년도 예산은 612억 원으로 확정시키기도 하였다.

하여 현실의 한계와 아픔을 통절하게 느끼면서 마음으로만 발발 떨고 있는 서민들에게 그의 존재는 분명하게 시대의 영웅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는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예산은 확보되었지만 “우리 같은 말단까지 내려올지…”, “권역외상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예기치 못한 사고와 응급 상황으로 찾는데…”, “(한국 의료 시스템 문제 해결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사회 전체적인 문제와 엮여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못해요”

이것은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예산으로 상징되는 우리 시대의 돈과 재화는 머리 좋고, 일류대학 나오고, 권력언저리와 정부고위층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물꼬를 터는 괭이자루 잡은 사람에게 매우 잘 흘러들어 가지만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어떤 의사부부는 자기의 사적이익추구를 위하여 권력언저리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명품가방에, 고급 식당예약에, 의료관련 일들에 관여하여 재미를 보면서 이름도 날리지만, 이국종 같은 의사들은 언제나 변방에서 잊혀 진 모습으로 묵묵히 그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존재의 위대함을 모르고 있다. 물론 훌륭한 이들은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들은 이들을 무시하고 있다. 슬픈 것은 “내”가 허영과 허위의식에 젖어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에는 열광하지만 진실로 촛불을 밝히는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라는 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국종 교수는 이런 사실들을 자각케 해주는 ‘소크라테스의 등애’라 할 수 있다. 이국종의 자기다짐에 우리가 숙연해진다.

“환자는 돈을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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