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진주의 시인들
아침을 열며-진주의 시인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09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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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진주의 시인들


진주에는 시인들이 많다. 박노정, 유홍준, 박구경, 김언희, 하아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시인들만 호명해서 이러니 진주와 그 주변에 시인들 전부를 호명하자면 이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호명하지 못한 시인들 중에는 호명 된 시인보다 시를 더 잘 쓰는 이도 있을 것이다. 더 유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발이 오종종해서 일일이 기리지 못하는 점에 깊이 용서를 미리 구한다. 언젠가는 시인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문인들과 사람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물심양면에서 애쓰는 진주의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다. 이는 진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마땅한 기원이다.

하아무 시인은 이름이 특이하다. 누가 들어도 처음에 웃을 것이고 나도 그랬다. 앞에 성씨가 또한 ‘하’이다 보니 이는 웃음소리의 대표적인 표기다. 하하하, 하아무씨라구요? 하고 또 웃게 되는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시인은 소설가로 더 유명하다. 놀기는 시인들과 더 잘 놀고 쓰기는 소설을 즐겨쓰는 까닭이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 또 말한다.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이라고. 그만큼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성격이다. 소탈하고 소박해서 어려울 때 잘 도와주고 싸움을 제일 잘 말려주는 동네오빠 같은 사람이다. 작년엔 못 만나고 한 해를 보냈다.

김언희 시인은 미인이시다. 게다가 분위기 있는 우아한 미인. 물론 그런 우아한 표면의 분위기 속에 있을 법한 송곳 같은 시심이나 의식 등은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이유도 없을 듯하다. 그의 시를 몇 편만 봐도 그가 얼마나 올곧은 시인인줄 대번 알게 된다. 때론, 아니 자주 우리의 살을 파먹고 피를 빨고 있는 아주 나쁜 것들을 적나라하게 시로 나타낸다. 이렇게 진실을 말하기를 즐겨하는 시인도 드물 것이다. 이렇게 자칫 속되게만 작동하려는 우리의 머리를 내리치는 호통도 드물 것이다. 암튼 김언희 시인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재산 중 하나다는 데에 이견은 없을 듯.

박구경 시인은 그의 시보다 시인이 더 사랑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일까? 특히 서울에 사는 원로 문인들은 박구경 시인이라면 속된 말로 꺼뻑 죽는다. 왜 그런지 옆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관찰을 해보면 두 가지 원인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우선엔 시인의 소탈하고 부드럽고 온유한 인격이다.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 다른 한 가지는 고급함이다. 그가 저급한 언행을 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쌍소리를 한다거나 남을 시기하거나 비난하며 삿대질을 해대는 걸 보지 못했다. 남의 뒷이야기는 알면서도 굳이 물어봐도 뒤로 미룬다.

유홍준 시인 역시 이름을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것이다. 전 문화재청장이자 유명한 저술가 유홍준과 똑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참으로 정이 많은 시인이다. 그는 또 고졸 시인이다. 이 말에 포함되는 여러 의미를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지 않고 이 시인을 말할 수도 또한 없다. 고졸로 대통령해먹기도 힘들지만 시인이 되는 것도 만만찮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살면서 돈도 안 되고 돈이 되리라고 생각해서도 절대로 안 되는 시를 쓰고 유명한 시인이 되기까지 그 아픔과 고난,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암튼 사랑스런 시인이다.

스타는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박노정 시인은 진주의 명사이다. 대한민국의 명사이다. 그는 정직한 시인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울면서 시로 분노한다. 그는 시를 사랑하는 시인이다. 노래를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올바르고 착한 사람을 만나면 뭔가를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시인이다. 그는 부처를 사랑하는 시인이다. 국내의 아름다운 사찰은 답사 안 한 곳이 없다. 그는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해하면서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런 그를 옆에서 뵈면 까닭없이 마음이 아프다. 빚지는 마음에 마냥 미안하다. 시인들이 행복한 세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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