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암 투병 강종엽씨 첫 산문집 펴내
11년째 암 투병 강종엽씨 첫 산문집 펴내
  • 이동을기자
  • 승인 2018.01.10 18:27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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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등단 15년 만에 ‘미시오 당기시오’ 출간…詩 같은 수필 40여편 엮어
▲ 강종엽 작가

‘사랑은 밀고 당기면서 정이 들고, 인생 또는 파도를 타면서 밀고 당기며 노 저어 가는 뱃사공이 아닌가. 미시오 당기시오. 그 앞에만 서면 정신이 바짝 든다.’


시인인 두 딸과 더불어 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70대 노(老) 수필가가 문학 활동 40년, 등단 15년 만에 산문집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하동군 양보면 서비길에 사는 강종엽(71) 작가. 강 작가는 지난달 28일 산문집 <미시오 당기시오>를 출간했다. 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첫 수필집이다.

비록 50대 중반에 뒤늦게 등단했지만 그가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어언 40년이 넘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동안 틈틈이 써서 쟁여놓은 글 40여 편을 묶었다.

‘버려진 살구 씨에도 희망이 있다’, ‘미시오 당기시오’, ‘오래된 원고’, ‘작지만 소중한’ 등 4개 파트로 이뤄진 수필집은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투병생활, 가족애, 인생철학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시를 보듯 섬세하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냈다.

특히 유방암으로 11년째 병마와 싸우면서도 환자로서 품격을 잃지 않는 굳은 의지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환자들을 대하는 아름다운 시선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두 번의 큰 수술과 3주마다 병원을 찾아야하는 지난한 과정에서도 언제나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의 사랑은 애틋하고 가슴 뭉클하다.

뼈까지 전이된 대퇴부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그에게 지팡이가 돼 주는 남편, 늘 바쁘지만 좋은 식단을 짜주고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든 동행해주는 친구 같은 큰 딸, 간호사로서의 오랜 임상 경력으로 환자관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해주는 비타민 같은 막내 딸.

그들의 사랑의 힘이 있어서 아프지만 행복하다는 작가는 그래서 1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환자로서 품격을 잃지 않고 글을 지으며 인생의 파도를 극복하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이 수필가이자 큰 딸과 막내 딸 역시 시인인 문학기족이기도 하다. 큰 딸 석민아 시인은 2005년 ‘좋은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하동군청 재정관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막내 딸 석민재 시인 역시 201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해 ‘빅풋’으로 시(詩) 무문에서 당선하는 영예를 안았다.

석민아 시인은 “오랜 투병 가운데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나의 어머니는 우리 가족에겐 언제나 품위 있는 그녀”라며 책 말미 응원의 글을 통해 어머니의 ‘짓기’를 예찬한다.

‘어머니는 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하신다. 가마솥에 불을 지펴 밥을 짓는 일, 날실과 씨실로 균일하게 만들어진 옷감에 정성을 들여야 하는 옷 짓기, 그리고 결코 고뇌 없이는 완성할 수 없는 글짓기가 일맥상통하는 것은 창작의 고통이며 어머니 자신의 인생이었다.’

1947년 남해 출신인 강 작가는 경남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수필과비평작가회, 경남수필문학회, 경남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동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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