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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칭찬(2)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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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1  18: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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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칭찬(2)

서울의 매력 포인트를 꼽아보라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한강에 선유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축구장 15개 정도의 면적이라는데 막상 걸어보면 그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밤섬보다는 한참 작고 노들섬보다는 약간 크다.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양화대교가 그 한쪽 끝에 걸쳐져 있다. 다른 한쪽 끝에는 선유교라는 멋진 아치형 다리가 놓여 있어 양쪽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다.

이 섬은 원래 한강정수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정수장을 옮기면서 용도 폐기된 그곳을 2002년도에 개조하여 생태 및 수생공원으로 만들었다. 정자도 있고 식물원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터도 있다. 과거의 정수시설들도 상당부분 재활용했다. 녹슨 기계들도 일부 그대로 전시돼 있는데 마치 애니메이션 <라퓨타>의 일부처럼 묘한 미학으로 다가온다. 조경가 정영선과 건축가 조성룡이 대표 설계자인 작품으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에서 3위에 올랐다고도 한다. 나는 그쪽 분야에 문외한이라 이분들의 명성을 잘 모르지만 이 공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상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하류쪽 끝에 거대한 송전철탑이 우뚝 솟아있는데 그건 정말 흉물이다. 정 불가피한 시설물이라면 그 철탑을 파리의 에펠탑처럼 만들어 오히려 명물로 삼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점은 못내 아쉽기 그지없다)

아무튼 나는 이 공원을 너무나 좋아해서 자주 찾는 편인데 그곳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일상의 번뇌를 내려놓고 작은 행복에 젖어들고는 한다. 그때마다 나는 이 공원의 시작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가 이 공원을 처음 ‘기획’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처음이 없었으면 이 결과물도 없었을 테니까. 조경가 정선생과 건축가 조선생이 그 시점은 아닐 것이다. 짐작컨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무명의 한 공무원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알 수 없는 그 공무원을 칭찬해마지 않는다. 그 공원을 갈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이 공원엔 이걸 기획한 그 공무원의 동상을 세워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곤 하는데 그건 정말 진심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평가와 칭찬에 너무 인색하다. 가려진 공로자가 그냥 가려진 채 잊히고 마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쩌면 그것이 ‘시장 아무개의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조명이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는 셈이다.

어디 서울 한강의 선유도공원 뿐이겠는가. 전국 곳곳에 그런 공원들은 부지기수로 존재할 것이다. 창원의 용지공원이나 돝섬공원도 그럴 것이고 함양의 상림공원도 그럴 것이고 남원의 죽록원이나 메타세쿼이아길도, 청주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군산의 벚꽃길도 그럴 것이다. 유명할 대로 유명한 가평의 남이섬이나 통영의 장사도는 말할 것도 없다. 무수히 많다. 그 모든 ‘좋은 것’들의 시작을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보고 그 기획자를 조명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몇 푼의 돈보다도 사회적 칭찬이야말로 그분들에게는 진정한 평가가 되지 않을까.

기억해두자. 모든 좋은 결과물에는 드러나지 않은 최초의 한 사람, 그 사람의 착상, 그 사람의 기획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우리 삶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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