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가족문화선 첫 출항
한강가족문화선 첫 출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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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래/공연연출가
진주문화연대 공동대표
강지원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약에 따른 시간조정이 여의치 못하니 한강가족문화선 출항시각을 한 시간 앞당기거나, 자기강연을 마치면 다음일정을 수행할 수 있게 잠시 여의나루로 회항할 수 있도록 협조요청이었다.

당시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청소년위원회 강지원위원장의 바쁜 일정을 어렵사리 섭외했던 터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고, 통보받은 시점은 이미 80여 가족과 그 외 문화행사 동참자를 포함한 300여 명으로 승선이 확정돼 출항시각을 조정할 여지가 없었다. 한편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강가족문화선 참여가족과 약속을 이행하려는 강지원 청소년위원장께 감사하면서 돌발 상황을 선사측 임원에게 알렸다.

필자는 여의나루 한강유람선 선착장 이층에서 둥둥 떠 있는 한강문화사랑방을 운영하면서 매주 다양한 테마를 부여하는 한강문화선 운항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강가족문화선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여가생활을 풍요롭게 하면서 이웃, 계층 간이 상호 이해하고 함께하면서 건강한 사회를 이끈다는 슬로건으로 인성과 정서를 순화시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족단위의 참여프로그램이었다. 한강을 활용하는 선상의 참여프로그램은 300여 명 승선자 전원이 관객이자 출연자가 되어 여의나루 선착장을 출항해 한강대교 아래를 지나 동작대교를 돌아서 노들섬, 상암나루, 양화나루, 선유도, 밤섬을 거쳐 여의나루로 회항하는 한강가족문화선이다.

기존에 운항되던 한강유람선을 청소년과 가족의 장기를 경연하면서 2시간가량 서울야경을 조명삼아 펼치는 새로운 문화관광 상품인데, 서울도심을 흐르는 한강을 매개로 현대판 아리수선유놀이였다.

나름 고심하며 창 넘어 한강대교를 지나는 전철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협조요청의 가부를 연락해야겠기에 선사측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불현듯 한강 위의 007작전을 생각해냈다.

즉, 강지원 청소년위원장의 선상강연이 끝날 쯤에 한강가족문화선 측면으로 모터보트를 바싹 붙이고 007작전처럼 어둠 속으로 탈출하는 강지원위원장이 숀코넬리로 분(扮)할 계획인데 다소 위험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대안이 없었다. 선사측에 가능하도록 연락했고, 강지원위원장께 당일 상황설명으로 회항작전계획은 수립된 것이다.

내 나라를 먼저 보는 관광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사회구성의 기초단위인 가족이 더욱 행복해지고 그로인하여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가족중심의 문화활동이 테마관광 상품으로서 한강가족문화선은 첫 출항했다.

또 다른 기획의도는 가정의 해체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 가는 건전한 여가문화 프로그램의 정착이었다.

참여가족이 동요 부르기, 시 낭송, 가족꽁트, 동화 들여주기, 이웃 칭찬 등 가족대항 발표회와 경연형식으로 진행하며 매월별 우수팀은 12월에 연말 결선대회에서 표창하고 격려함으로써 화목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를 시민 스스로 확산시키는 사회공헌 문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되면서 순식간에 7회를 운항할 참가가족이 신청했었다.

핵가족시대와 다문화가정의 정서적 결핍과 가족해체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사회가 아름답고 건강하며 개인의 심성을 밝게 하는 동요 부르기, 전래동화 들여주기, 가족과 이웃 칭찬 릴레이, 가족팀별 장기자랑으로 능동적인 시민 참여프로그램은 당시에 모범적인 사례로서, 우수한 생활문화운동으로 상징되면서 서울특별시로부터 그 해 우수 문화프로그램으로 선정돼 민간단체 사업지원금을 포상 받았다.

그리고 선사측에서 프로그램 개발사례 특별 보너스를 받아 오랫만에 우리가족에게도 인정받은 대박의 그때 그 봄날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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