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나를 돌아보는 여행, 봉사활동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게 맡게 되어 본업 못지않게 주력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업무로 시작했지만 점차 인생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자리 잡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내 경우에는 그것이 봉사활동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틀부터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했던 힘든 업무가 이제는 익숙해졌고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대학이 해외봉사를 한 지 벌써 5회를 지났다. 학생과 교원 50명으로 구성된 봉사 팀은 연말마다 크리스마스를 더운 날씨에서 봉사활동하며 지내게 되었다. 팀을 꾸리는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 해마다 새로운 팀원으로 구성되는데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감은 매우 높다. 좋은 숙소와 재미있는 구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흙먼지를 쓰면서 고된 노동을 하는데도 다들 행복한 웃음이 가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경쟁사회에서 사느라 잊고 살았던 우리 본연의 선한 나눔의 마음을 양껏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봉사 활동하는 우리도 그리고 봉사를 받는 그들도 서로 큰 기대 없이 그저 감사한 마음이 넘친다. 우리의 경우 살면서 기대 없이 그냥 감사하게 되는 상황이 그리 많지는 않다.
우리 세대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50여 년 전에 우리 아버지 세대는 우리가 봉사 활동하러 가는 지역의 환경에서 살았으나, 다국적인 도움과 지원으로 교육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 대학에서도 그런 취지에서 교육시설물을 제공하고 있다.
주어진 업무로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의 질 좋은 학용품을 잔뜩 준비하여 봉사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나눠주면 학생들이 아까워서 사용하지도 못하고 또한 지속적인 공급도 어렵기 때문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만 가지게 될 우려가 있다. 이제는 반복적으로 봉사활동을 추진하다보니 상대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질 좋은 학용품보다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고려하게 된다. 그렇게 주고 오면 마음이 흡족하다. 두고두고 사용하면서 자신의 교육을 위해 노력할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짐을 꾸려 다녀와야 될 만큼 광적으로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이제껏 참 많은 곳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제는 몇 해째 한 장소를 방문하면서 더욱 행복하고 가슴이 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이 말을 이제는 이해하기 때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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