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문학교실의 늦깍이들
진주성-문학교실의 늦깍이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18 18: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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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문학교실의 늦깍이들


지난 연말로 모 일간지에 연재하던 기행수필을 100회로 종료를 했다. 먼저 10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흔히들 ‘100번을 해 봐라 되나봐라’ 어림도 없다는 뜻이다. ‘골백번을 해봐라’라도 있다. 만 번씩 100번을 하여 본들 이라는 뜻이다. 결국 엄청나게 많은 수 즉 사람이 행할 수 있는 최대의 수를 의미하는 뜻이다. 100점, 100%, 등 만족의 최대치로 가득 차다는 뜻도 있다. 게다가 8년 동안을 매달 한 편씩 빠짐없이 썼으니 8년이라는 의미도 생각해 보면 인생 80으로 보면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세월이어서 쓸 만큼 썼구나 싶어서 100회로 종료를 했다. 그새 문하생을 길러서 유사한 문체의 후계자를 길러 대물림을 하고 싶은 욕심에 매주 1회씩 문학교실을 열어 시와 수필쓰기를 함께 공부하며 마지막 주에는 현장학습 삼아서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고 각자의 취미에 따라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사진첩을 만들거나 감흥을 담은 시를 쓰거나 또는 기행수필을 쓰게 했다. 예닐곱 모두가 보람과 즐거움을 갖으면서도 평일의 시간내기가 어렵다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50대와 60대로 초로의 할머니들로만 구성되어져 계속되는 동안 주 1회라는 여가선용의 시간으로 더욱 활기가 넘쳤다.

모두들 문학교실은 무슨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만 하는 특수 분야로 느껴져서 많이 망설였다고 하더니 오히려 더 열성적이고 보면 매사에는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 자체가 걸림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줬다. 일 년 남짓한 기간에 문학전문지에 시부문과 수필부문의 신인상 수상자가 둘이나 나와서 등단을 했으며 초회추천도 둘이나 나왔다. 이들 모두가 예순을 넘긴 나이고 보면 흔히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열권도 넘는다.’라는 소리가 예사로운 말이 아님을 실감나게 했다. 이들은 6~70년대의 고달픈 삶을 몸으로 살아 왔기에 굽이굽이 시련이요 마디마디 설움이라 꾸밈없는 솔직한 독백과도 같은 삶의 사연들을 이야기가 아닌 글로 옮겼을 뿐이다. 이들의 글에서는 설익은 밥 냄새가 무쇠 솥뚜껑을 들썩거리며 품어져 나오는 것 같으면서도 낙엽을 태우는 내음이 나는 것 같아서 기성작가들의 농익은 맛보다는 향긋하고 새금한 맛을 품어내고 있어 생각지도 못한 감칠맛을 느끼게 했다. 사람들의 감춰진 재능이나 세월에 묻혀버린 취미가 참으로 다양하고 무한하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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