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가상화폐가 계층이동의 희망이라는 세태
시론-가상화폐가 계층이동의 희망이라는 세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29 18:2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화/논설위원

정민화/논설위원-가상화폐가 계층이동의 희망이라는 세태


2018년 1월 비트코인은 광풍이다! 온 세상이 시끄럽다. 전체 가상화폐 투자자의 60%인 180만 명이 2030세대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땀 흘려 성취하는 대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 들어 ‘대박’을 염원하고 있다. 심각하고 보통일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가상화폐이다 .동전이나 지폐처럼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bit)와 코인(coin)을 합친 이름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2009년 처음 개발하였다.

개발배경은 기성통화 체제에 대한 일종의 반란에서 비롯됐다. 2009년 미국 금융 위기가 있던 시기에 달러화 가치하락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떤 정부나 중앙은행의 영향을 받지않는 개인 간의 디지털 통화를 만들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점은 완전히 익명으로 처리되어 인테넷만 있으면 개인 간의 거래가 가능해 이것이 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도박,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수 있어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해킹 등으로 코인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정부는 가상통화거래를 규제하겠다고 나섰지만 미래유망기술인 ‘블록체인’은 규제대상이 아니라며 보호막을 쳤다. ‘제2의 인테넷 혁명’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디지털 거래장부다. 블록이 체인처럼 얽혀 위조도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좋은점은 중앙관리자가 없이도 거래자들끼리 안전하고 편리하게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전세계 누구에게나 돈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된다. 이런 잇점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은행권은 블록체인 기술기반의 송금서비스를 오는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은행의 송금수수료가 대폭 인하된다.

또한, 농산물 유통시장에 도입되면 농산물이 어디서 재배되고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매장으로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이를 변경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웹사이트에서 매번 비번을 바꿔야하는 수고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블륵체인 로그인을 통하면 암호화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저장되고 이를 전 세계 어느 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비대면으로 종이, 도장 없이 집을 계약하고 부동산등을 거래할 수 있다. 현재도 전자인증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신뢰문제 때문에 부동산에서 직접만나 거래하길 원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다. 미리 정해진 임의의 규칙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당사자 간 자동으로 계약이 처리된다.

이밖에도 현재 무분별하게 복제되거나 유출되기 쉬운 저작권 문제를 해결 해줄 수 있다. 본인이 만든 음악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저작권 정보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저작물소유권에 대한 추적이 실시간으로 가능해 관리가 쉬워진다.

지난 11일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표가 나오자, 2030세대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몰려가 항의글을 올리고 규제철회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서명했다.

청년들의 집단 반발의 이면엔 우리사회에서 희망이 안보인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담겨져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며 희망이라고 아우성 치고 있다. 잘살 수 있을 거라는 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꽉막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가상화폐가 자신을 계층 상승 시켜줄 사다리이며, 구세주이며 인생의 동아줄로 등장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세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은 갈수록 고단해져 가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의 정부들은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의 기회를 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채 정쟁만 일삼고 허송세월만 보냈다.

갈곳 없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민간부문은 갈수록 쇠퇴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은 비대해져 가고 있다. 사방팔방 둘러봐도 희망은 커녕 옥죄는 상황이 수많은 청년들을 가상화폐 대박의 꿈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일부언론과 야당의 확대, 과잉 대응과 호들갑에는 정권 흔들기의 프레임도 있어 보인다. 그 의도가 먹혀든다는 게 문제다. 정부의 냉정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혁신성장을 견인할 규제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노동개혁을 통한 노사정 대합의를 서둘려야 하며 교육, 공공, 금융부문의 구조개혁도 마무리 지어야 비로소 경제에 활로가 열리고 청년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청년들이 가상화폐의 투기장, 도박판에서 대박을 노리는 세태는 강원랜드에서 대박을 꿈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래서야 나라가 온전하겠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