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내 마음의 창부터 닦아보자
칼럼-내 마음의 창부터 닦아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06 18:2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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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내 마음의 창부터 닦아보자


인생의 수레바퀴는 빈틈없이 돌아가고 있고,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삶이란 삼계유심(三界唯心)이요, 만법유식(萬法唯識)이어서, 세상일은 모두 내 마음이 만든 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어떤 일도 강재하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자. 가령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안자면 된다. 잠은 의지가 아닌,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자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잘 수가 없게 된다. 그럴 때는 아무생각도 하지 말고 눈을 감고 온몸의 근육을 풀어버리고 그냥 놔두면 저절로 잠이 들게 된다. 잠은 억지로 불러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의식적인 것은 강요할 수 있어도 무의식적인 것은 강요할 수가 없다. 가위에 눌렸을 때도 겁을 먹고 긴장하며 벗어나려 애를 쓰지 마라. 그러면 더욱 시달리게 된다.

그 또한 마음의 장난임을 알고, 힘을 빼고 내버려두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며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차있으면 오늘을 제대로 살아 낼 수가 없다. 내일의 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면 오늘의 삶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삶이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면 내일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어떤 일에 집착하면 할수록 상처만 남는다. 인간에게서 정신이 무너지면 육체도 무너지지만, 육체는 무너져도 정신은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일을 억지로 해내려는 마음이 욕심이다. 욕심 부려서 되는 일은 없으니,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자. 자신을 위하여 체력단련과, 영양섭취도 하면서 몸을 혹사시키거나, 무리하지도 말자. 그리고 남모르게 좋은 일도 해보고, 남들에게 칭찬도 해주며 살아가보자.

욕심으로 가득 차있으면 늘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품어줄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과 짜증내며 일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일처리를 잘할 수 있을까?

심신의 긴장을 풀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할 때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생활이 내일을 위한 성공적인 삶의 밑거름된다. 흙 한 줌 없는 절벽의 바위틈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본적이 있는가. 그 나무들은 부잣집 정원도 있고, 넓은 대지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최악의 조건에서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것은 제 운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비록 나쁜 여건이라도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나갈 때 행복한 삶이된다. 잘났으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그대로 살아가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여건이 좋고 잘난 사람을 보면 질투하지말자. 겨울의 보리밭에 보리 밟듯이 꾹꾹 밟힐수록 더욱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면 된다. 모든 것이 모두 내 마음에 달려있다.

우리는 절묘하게 조합된 한국인이다. 같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두고, 같은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으며, 똑같이 부모 형제자매가 있는 동족이다. 그러니까 무얼 따지고 서로 어떤 구별과 차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하셨다.

산을 산으로 볼 줄 알고, 물을 물로 볼 줄 알자는 말씀이다. ‘법구경’에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주인공,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였다. 자신의 콧등도 보지 못한 어리석은 인간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며 살아가자. 사장이 직원을 우습게보면 직원도 사장을 우습게보겠지만, 서로 평등한 관계를 인정해주면 서로가 희망을 주는 좋은 사이가 된다. 옆집에 널어놓은 빨래가 더럽게 보이면 내 집 유리창부터 깨끗이 닦아보자.

그것이 자신의 마음의 창을 닦는 일이다. 주변을 바꾸려하지 말고, 나를 합리적으로 바꾸어 나가보자. 지금 나에게 닥친 모든 일들은 지난날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가 확실하다.

오늘 뿌린 생각과 언행이 나의 미래이니, 이 순간 마음 밭에 자비의 씨앗을 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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