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 사절단(使節團)
시론-북한 사절단(使節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07 18:42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북한 사절단(使節團)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며칠 앞두고 북한과 우리는 잠시나마 해빙 분위기로 흐르고 있지만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꿍꿍한 속내를 알 길이 없다. 사실 모양새만 보자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북한 당국이 축하 공연단을 보내 공연을 해주겠다든지 명목상의 국가수반과 상임 위원장인 김영남을 남한에 보내어 축하를 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행동은 정말이지 엉뚱하고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이 노리는 무언가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속내를 알 길이 없고 만나서 대화를 해 봐야 그 어두운 속을 알 수가 있을 일이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이미 비핵화를 전제를 하지 않는 한 공식적인 만남은 일체 없을거라고 못 박고 있으니 북한이 내 놓을 수 있는 카드는 평범한 카드로선 어림도 없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찬찬히 시간을 되돌려 보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몇 마디로 인해 모란봉 악단장인 현송월이 남한에 오고 국내, 외 언론은 그녀에게로 시선이 확 쏠리더니 그 후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 북한 단일팀 관계로 국민들의 시선이 또 쏠린다. 그러나 곧 올 북한 관현악단의 현란한 연주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모란봉 악단이나 은하수 악단이 쏟아 놓을 일렉트릭 바이올린이나 첼로, 드럼, 베이스, 기타, 신디사이저의 연주를 미녀들이 연주 하는 상황은 아직 개봉도 안 된 상태다. 덤으로 경기장에서는 북한 미녀 군단으로 이루어진 응원단을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남한 언론이나 국민들의 혼을 쏙 뽑아 놓을 군단을 이끌고 명목상의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에 없던 일이거니와 현재 진행 될 상황들이다. 비록 김정은의 지시 때문일지라도 김영남과 수행자 몇몇은 막연히 남한의 올림픽 핑계로 오지는 않을 것이고 보면 만나서 대화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UN의 대북 제재로 경제는 물론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도 원활 하지가 않은 상태이지만 그들은 티 안 나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북한과 불편한 여러 사건들로 말미암아 대화는 고사하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대화와 협상은 끝까지 해봐야 한다. 과거 6.25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 대결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국가는 파탄에 이르는 못된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이념이 필요 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을 김 씨 정권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대 김 씨 정권이 잘못된 길을 걸어 왔다거나 현재의 집권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 일 것이다. 끝까지 우겨야 김 씨 정권과 그에 붙어사는 엘리트 집단들은 살아남을 수가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하나하나 대화를 풀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 정권이 비록 핵무기를 개발 했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할 때에는 거기에 여념(餘念)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북한 군사정권이 남한으로 포나 미사일 한방만이라도 날려 보내면 그때는 김정은 정권도 그 날로 산송장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으로 핵 탑재 ICBM 하나를 날려 보내는 날도 북한 정권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는 남한이나 일본 혹은 미국에 쓸 용도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체제 유지용이거나 단지 협박용 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협박을 무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도 전술 핵무기 보유는 필요하고 현재 뿐 아니라 통일 후에도 필요한 전략적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러한 정책적 협상은 여, 야를 떠나 한 목소리를 내야 할 테고 의식이 부족한 국회라면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과 국민들의 여론만으로도 관철 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김영남이 비록 형식적인 국가수반이라고 하더라도 사절단의 단장으로서 대화의 내용을 수렴 보고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보면 그를 무시하고 대화 자체를 포기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아무리 외친들 쓸데없는 공염불(空念佛)이고 현실 가능한 얘기부터 대화를 하는 것이 매끄러운 대화의 시작이 될 수가 있다.

정부에는 유능하고 일에 맞는 전문가들이 많으니 대화의 소재는 무궁무진(無窮無盡) 할 것이라고 본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 기원을 위해 북한 당국이 많은 사절단(?)을 이끌고 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떠나 뜻 깊은 만남과 대화로 이루어 질 수도 있고 우연한 만남이 진한 만남으로 이어 질 수도 있음을 정부는 한번쯤 생각 해 보자. 필자가 2012년 2월 본보를 통해 기고한 ‘남북한 통일에 대한 엉뚱한 생각’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