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칭찬(5)- 괜찮아요
아침을 열며-칭찬(5)- 괜찮아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11 18:3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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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칭찬(5)- 괜찮아요



어쩌면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집안에서 딸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너무 괜찮다 싶어 뭔지 물어보았더니 동요라고 한다. 제목이 ‘괜찮아요’라는데 그것도 아주 괜찮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유명한 노래라는데 처음 들어본다. 우리 때는 없던 노래다. 가사를 소개한다.

‘괜찮아요’- 김성균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쌩쌩 불어도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 털 오버 때문도 아니죠 털장갑 때문도 아니죠/ 씩씩하니깐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호호 추워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꽁꽁 얼어도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 털모자 때문도 아니죠 털 구두 때문도 아니죠/ 용감하니까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 눈이 몰아쳐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펑펑 쏟아져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 목도리 때문도 아니죠 보안경 때문도 아니죠/ 튼튼하니까 괜찮아요 난난난 나는 괜찮아요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았더니 김성균이라는 분이 작사 작곡한 노래였다. 이 분은 정보가 그다지 노출되지 않아 한참을 헤집고 다녔는데 KBS 합창단 지휘자를 역임하는 등 그 인적사항이 만만치 않았다. 수상경력도 엄청 많고 저서도 엄청 많고 무엇보다도 그가 작사, 작곡한 동요들이 또 엄청 많다. (http://www.kimsungkyunmusic.co.kr/ 참고)

나는 이 노래의 존재가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이런 분의 존재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내가 지향하는 ‘이 사회 한 구석의 질적 향상’에 확실하게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것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추동력을 구성한다. 나는 물론 소녀시대나 방탄소년단의 노래에도 감탄할 줄 아는 열린 사람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역시 수준있는 동요가, 동요다운 동요가 필요하다고 믿어마지 않는다. 김성균의 ‘괜찮아요’는 정말이지 동요로서 흠잡을 게 없다. 우선 그 곡조가 경쾌하고 밝다. 리듬감이 있어 한 살짜리 어린이집 원생들도 충분히 따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사가 아주 긍정적이다. 이 노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는 주문을 건다. 쌩쌩 부는 바람도 꽁꽁 어는 추위도 펑펑 쏟아지는 눈도 다 괜찮다고 말해준다. 씩씩하고 용감하고 튼튼하라고 격려한다. 이런 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가치관인 것이다. 이런 노래를 들으며 부르며 자라난 아이들은 이윽고 어른이 되어 그 바람과 추위와 눈보라를 온 몸으로, 온 인생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도 그리고 국가사회에서도. 바람 같은 추위 같은 눈보라 같은 시련은 항상 있는 법이니까. 그 한복판에서 어른이 된 아이들은 문득 어린 시절의 이 동요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며 다시 용기를 내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는 ‘섬집아기’ ‘은하수’ ‘꽃밭에서’…등등 무수한 아름다운 동요들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괜찮아요’ 같은 아주 괜찮은 동요가 추가되었다. 이 노래는 아마도 한국동요의 역사에 확고히 기록될 것이다. 세상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지만 그 한구석에서는 김성균 같은 보석 같은 인물들이 보석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이런 것을 자꾸 전면에 드러내자. 그리고 박수와 갈채를 아끼지 말자. 이런 것이 있는 한 한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오늘도 뉴스에 비친 세상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나는 용기를 내어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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