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박수칠 때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현장에서-박수칠 때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19 18: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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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산청)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산청)-박수칠 때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이번 명절 연휴 함양에선 임창호 군수 뇌물혐의 사건과 차후 지방선거에 관한 예측들이 단연 이슈였습니다.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던 부패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점잖은 함양군민들도 목소리가 매서워졌습니다. 선비의 고장의 명예가 또다시 급전직하할 기색이 짙어서, 너무 부끄러워서요. 벌써 몇 번째인가요?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뒤가 켕기는 어떤 사람들은 명절 연휴 내내 전전반측, 좌불안석을 실감했을 테지만 바라보는 입장도 개운치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군수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던 ‘상왕上王’ 또는 ‘어둠 속의 군수’와 특혜와 독점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리그를 누리던 여러분들은 “이제 싹 쓸어내야 한다”는 민심에 귀가 몹시 가려웠을 테지요. 대한민국 민심은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낼 정도로 성숙했습니다.

진주 출신의 시인 이형기는 24살에 쓴 시 ‘낙화’에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노래했습니다. 물론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지만, 추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교과서에까지 실린 절창입니다. 이후 이 한 구절은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퇴장을 비유하는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권력과 부귀영화에 대한 집착과 그것을 거머쥐고 유지하려는 탐욕이 갈수록 추악해지고 있는 세태입니다.

하창환 합천군수는 출마하면 3선이 유력하다는 세평에도 불구하고 6.13지방선거 불출마선언을 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모습에 찬탄이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 임창호 함양군수도 불출마선언을 했습니다. 이번엔 세간의 반응이 달갑잖습니다. 심지어 기자회견 다음날 시민단체들은 “불출마 관심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타이밍을 놓쳐버린 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는 진리가 다시 입증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양군 역사상 최악의 뇌물비리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함양군은 앞선 군수 세 명이 비리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 또는 중도하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에 연루돼 징역, 벌금형에 처해져 전과자가 된 주민도 많고, 수백 명이 밥 한 끼 얻어먹고 수십만 원씩 과태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전과자 양산하는 선비의 고장이 됐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오니 ‘선거꾼’들이 또 이리저리 기웃댑니다. ‘잘 되면 한 자리, 안 돼도 돈 먹으니 손해 볼 거 없다’는 기생충 심보들 말입니다.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이 행렬에 동참합니다. 군민들은 그들이 누군지 대충 압니다. 이들은 후보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악마의 속삭임으로 부채질합니다. “돈 안 쓰고 어떻게 선거를 해?”, “한 장 주면 500표 보장한다”, “여기 50명 모였는데 와서 밥 사고 인사해.” 갖은 방법으로 페어플레이를 더럽히고 반칙을 부추기는 이른바 구태요 적폐들입니다. 이렇게 돈 써서 당선되면 이들은 당선된 사람과 서로 아킬레스건을 잡아 공생공존하게 되고, 돈을 준 이는 본전 뽑을 생각이 안 날 수 없으니 비리가 시작되는 겁니다. 주민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얼마 전 임창호 군수 즉시퇴진을 요구하던 시민단체는 군청 앞에 선 함양군청 표지석을 씻어내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함양군민들은 그렇게 덕지덕지 들러붙은 적폐와 호가호위하며 특혜 누리던 세력들 씻은 듯이 사라지고 선비의 고장 이름처럼 청렴하고 더불어 잘사는 함양을 만나고 싶습니다. 박철/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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