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와이리 좋노!”
아침을 열며-“와이리 좋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20 18: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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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와이리 좋노!”


정말 기분이 좋다. 원래 새로 배우고 깨우치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에 딱 맞는 설 연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설 연휴에 들어있는 덕분에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되었고 좋은 소식도 선물 받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컬링이라는 경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스켈레톤도 알게 되었다. 스켈레톤의 대한민국 선수 윤성빈을 알게 되었고 그가 선물한 금메달 소식도 너무도 감사하며 게다가 설날 선물로 받았다. 설날 다음날엔 우리의 딸들 김아랑과 최민정 선수가 선물한 좋은 경기와 메달을 선물로 받았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설 연휴였다. 행복하다.

무엇보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던 컬링 경기를 알게 되어서 가장 기쁘다. 4인이 한 팀이 되어 두 팀이 경기를 한다. 당구에서 구사되는 기술도 사용되고 양궁에서의 규칙과도 유사한 데가 있다. 또 스톤이라는 화강암 덩어리를 빙판위로 살짝 던지듯 미끄러뜨리는 것은 볼링하고도 비슷하다. 각각 8개의 스톤으로 경기를 시작한다. 양팀 모두 양궁의 점수판 표적과 아주 흡사한 하우스의 센터라고 불리는 한복판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스톤의 수에 따라 점수가 책정된다. 정해진 규칙을 이용하여 상대편 스톤은 쳐내고 자기편 스톤은 남겨서 점수로 연결시킨다.

이 경기는 우리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또는 늙어서도 할 수 있는 경기다. 무거운 스톤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순간적으로 들었다 밑바닥을 닦고 놓으면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경기 방법도 구슬치기와 비슷하니 그다지 낯설지 않다. 처음에는 점수를 내는 방법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세 번째 경기를 보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스톤을 던지는 선수들의 집중된 표정과 몸짓에 이끌려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두어 번 경기를 보고 나니 경기규칙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다. 모든게 그렇지만 컬링 역시 알면 알수록 재미있었다.

이름조차 낯선 스켈레톤은 알고 보니 썰매타기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썰매를 스스로 만들어서 탔다.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은 빈 비료푸대를 썰매로 얼음 위를 지쳤다. 따로 썰매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물이 깊지 않은 늪이라든가 논바닥에 물이 고여 얼면 거기가 썰매장이었다. 겨울 내내 썰매장이 되어주었다. 그 썰매타기를 잘해서 우리에게 금메달까지 선물한 윤성빈 선수가 부럽고 고맙다. 메달도 메달이지만 얼마나 신날 것인가 말이지.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다니 생각만으로 스릴 만점이다. 어디 가까운 썰매장이라도 찾아가서 흉내라도 내야지.

내 생애 가장 시원한 금메달을 선물 받았다. 우리 최민정 선수의 탁월한 질주,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 말대로 타의 추종조차 불허하는 시원한 질주로 금메달을 낚아챘다. 아예 상대 선수들을 안 보고 자신의 전략대로 달렸다. 무난히 스타트를 하고 자기의 자리를 확보하고 기회를 노리고 그 찰나의 기회가 왔을 때 승부를 내는 질주를 시작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창출해냈다. 외려 거리가 먼 아웃코스를 선택해서 그녀가 승부의 질주를 시작하는 때의 그 장엄한 결단력과 실력과 천재성이 함께 번개처럼 온 세계를 장악했다. 찬란하여라.

최민정 선수의 “나의 경쟁자는 나다”라고 한 멘트도 잊을 수 없다. 최민정 선수는 자신의 그말 그대로 자기 자신 외는 어떤 경쟁자도 없었다.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작은 일이라도 결심하고 자기 자신을 바꿔내고자 실천했던 적이 있는 사람은 최민정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자신의 천재성을 그토록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연습을 해냈을 것인가. 남몰래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인가. 경쟁자들의 도전은 얼마나 그녀를 따라붙었을 것인가. 그 모든 걸 이겨내고 흠잡을 데라곤 없는 위대한 승리를 보여준 최민정,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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