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프레임과 리프레이밍의 한 수
스피치 칼럼-프레임과 리프레이밍의 한 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25 18:0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프레임과 리프레이밍의 한 수


내가 면접 지도를 하면서 느낀 지원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질문 속에 갇힌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본인이 인지하고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안타깝게도 많은 지원자들이 그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날도 A지원자가 면접을 보고 와서는 내 앞에서 엉엉 울며 말했다. “박사님, 저 오늘 완전 면접관한테 말린 것 같아요. 압박 면접을 예상하긴 했지만 수의가 높더라고요. 진짜 울뻔했어요. 어쩌면 좋아요. 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아요. 다시 준비해야 할까 봐요”

면접 준비 일정이 짧았던 학생이었는데 뭔가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원자를 진정시키고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면접이 어땠는지 찬찬히 들어보았다.

지원자의 전공은 디자인이고, 면접을 본 기업의 담당부서는 마케팅 쪽이었다고 한다. 지원자에게 들은 면접 상황을 한번 들여다보도록 하자.

- A지원자의 면접 사례 -

면접관 : “전공 살려서 취직하지 왜 전공과 상관없는 우리 부서에 지원했나요?

지원자 : “.......네? 그, 그게, 그러니까.... 전공과 상관없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귀 사는 전공에 대한 편견보다는 전공에 대한 장점을 발견해 사원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열린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면접관 : “아니, 마케팅 부서에 디자인 전공자가 지원했는데 00번 지원자가 우리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어디서 가져야 하죠? 그리고 자신의 전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과 장점은 무엇인지 회사가 자신의 어떤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은 없군요. 추가로 답변해주세요.”

지원자 : “아…네…제 말은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디자인 전공자이지만 마케팅이나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입사 후 선배님들께 잘 배우고 훈련하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거듭날 수 있는 성실성과 끈기, 이해심을 가지고 있다고…저는 생각합니다.”

면접관 : “지원자는 지금 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요. 이상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위 사례를 어떻게 보았는가, 여러분도 위 면접 상황이 ‘압박면접’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원자의 말대로 면접관에게 말려 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면접 멘토링을 하는 입장에서 위 사례를 볼 때 이것은 ‘압박면접’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위 면접관의 경우, 이미 질문 속에 힌트를 주고 있다. 또한, 지원자가 한번 더 냉정을 찾고 대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면접 전문가로서 볼 때, 위 상황은 ‘압박면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프레임(frame)’을 읽지 못해 ‘리프레이밍(reframing)’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으로 지원자가 ‘프렘임’과 ‘리프레이밍’에 대한 사전 인지와 훈련만 있었더라도 충분히 역전될 수 있었던 사례이다. 미리 준비된 자와 예측조차 하지 못한 자, 이 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다음 지면에서 면밀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