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벗어야 할 강국 불명예
칼럼-벗어야 할 강국 불명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26 18:22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성형수술에 관한 한 세계적인 강국이며 대국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현상이다. 내가 안성기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그의 얼굴에서 세월 따라 늘어가는 주름을 보는 맛 때문이다. 세월이 그대로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골 깊은 주름은 선행의 현장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과 특히 잘 어울린다. 어느 날 고교동기와 음식점에 갔는데 친구는 머리에 염색을 해서 머릿결이 검었고, 나는 백발 그대로였다. 고교 때 공부를 같이 했던 동기생이었다고 했더니 음식점 주인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할아버지와 어느 젊은이가 만나는 사이인 줄 알았다고 하더니 음식을 가져 오면서 유심이 두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또 한 번 놀라면서 하는 말이 “얼굴을 가만히 보니 머릿결이 흰 백발의 선생님이 젊은이 같고 머릿결이 검은 선생님이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왜 그렇게 보이느냐?”물었더니 친구는 얼굴에 주름이 많고 나는 주름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주인은 세월의 흔적을 멀리서 한 번 보고 가까이서 한 번 자세히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고 돈을 들이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염색을 하고, 얼굴에 생긴 점을 지우고, 코도 고치고, 턱도 고치고, 광대뼈도 고치고, 주름도 지운다. 그것도 분에 차지 않아 남녀 할 것 없이 사타구니까지 고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광란의 시대인가? 모두가 미쳐도 너무 많이 미쳤다.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 경각에 달려 있는 병든 자와 몸을 다친 자를 수술하는 외과 의사는 기피하고 성형외과가 인기라고 한다. 어떤 성형외과에는 ‘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난 만드셨네!’라는 문구를 크게 붙여놓았다고 한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세월의 훈장을 거꾸로 돈을 들여 지워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인 빅토르위고(1802∼1885)는「속에 든 아름다움 없이 겉에 꾸민 어떤 아름다움도 완전하지 못하다.」고 했다. 삶은 씹고 씹어서 쓴맛을 단맛으로 만드는 것이다. 분을 발라 하얘진 얼굴보다는 땀 흘린 뒤 맑아진 얼굴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진하게 붉은 색의 입술들을 보면 가식과 살기를 느낄 때도 있다. 특히 교문에서 나오는 재잘거리는 여자 아이들의 서툰 입술연지를 보노라면 공자의 말씀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는 교훈이 떠오른다.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즉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가? 한탄스럽기도 하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보다 더 급 한 게 없다. 공부에 매진해야할 학생에게 왜 입술연지가 필요한가? 이는 지도를 잘못 한 어른들의 탓이다. 방종과 훈육은 다르지 않은가? 강한통제와 훈련에서 강한 병사가 나오는 것은 뻔 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거리를 나가보면 입술에 붉은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순수한 본래의 모습들을 보기가 어렵다. 어쩌다 그런 순수한 입술들을 보면 내면의 깊이를 느낄 때도 있다.

자살률 1위, 교통사고 1위, 정치 불신 1위, 성형수술 강국 이런 불명예들은 참으로 고쳐야 할 화두가 아니겠는가? 반면 인터넷 강국,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세계유일의 나라.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아시아 1위, 1988년 하계 올림픽개최, 2002 월드컵 축구 개최. 2018 동계올림픽개최로 스포츠 강국 세계 6위 같은 좋은 강국이 되자. 감옥살이가 어떤 사람에게는 수양의 방편이 되는 반면에 다른 누구에게는 죄과를 더 늘리는 범죄 학습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강진의 귀양살이가 없었다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위대한 저작들 가운데 대부분이 세상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제주도의 귀양살이가 없었다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또한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혜로운 이는 형편을 따지지 않고 지혜를 늘리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어리석은 짓만을 골라서 저지르고 만다. 국력을 한데로 모아 고통을 이겨서 좋은 강국으로 탈바꿈하는데 힘을 모아서 희망이 가득한 번영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