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의 남(南)과 풍(風)의 해설
'시경'의 남(南)과 풍(風)의 해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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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사시(四詩)’(시경의 시를 풍(風)·소아(小雅)·대아(大雅)·송(頌)의 네 종류로 나눔)의 설이 ‘사기’의 ‘공자세가’에 보이는 바 그 설이 후인이 덧붙인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려우나 예부터 이 설이 있었다는 것만은 쉽게 짐작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시 3백 편은 본래 4체로 분류하였으니 남·풍·아·송이 그것이다. 그런데 ‘모시’의 서 이래로 ‘남(南)’의 참뜻을 해석하지 못하고 주남(周南), 소남(召南)을 패풍, 용풍 이하의 13국풍(國風)과 같이 취급하고 합해서 ‘15국풍’이라고 부르게 되니 이로 말미암아 ‘사시’는 세 가지만 남게 되었고 그리하여 ‘아’를 대아와 소아의 둘로 나누어 ‘사시’는 세 가지만 남게 되었고 그리하여 ‘아’를 대아와 소아의 둘로 나눠 ‘사시’의 수를 채웠으니 시체가 문란하게 된 것이다. 이제 본래의 4체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남’의 해석
‘시경’의 ‘고종(鼓鍾)’편(소아)의 ‘아와 남을 연주하고’의 구절에서 ‘남’과 ‘아’를 대(對)로써 병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가 시의 한 체라고 한다면 ‘남’도 시의 한 체임이 분명하다. ‘예기’의 문왕세자의 ‘모두 남(南)을 북으로 연주하다’나 ‘좌전’의 ‘상소남약’(문왕의 무악(舞樂))의 ‘남’도 다 이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 체의 시를 어찌하여 ‘남’이라고 하였는가는 억단(臆斷)할 길이 없다. 모씨는 ‘고종’편의 주에서 “‘남이(南夷)’(오랑캐)의 음악을 ‘남’이라고 한다” 고 하였고 ‘주례(周禮)’의 ‘모인(무악을 담당하는 사람)조’의 정현의 주와 ‘춘추공양전’소공 25년조의 하휴(何休)의 주가 다 “남방의 음악을 임(任)이라고 한다” 고 말하고 있다. ‘남’과 ‘임’은 동음이므로 본래는 한글자였음에 틀림이 없다. 또 후에 한·위의 시대에 악부에 나오는 소위 ‘염(鹽)’ 또는 ‘염(艶)’이라는 것도 이 글자가 변형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모시’의 서는 이상과는 달리 ‘고종’편의 ‘남’이 2남(주남·소남)의 ‘남’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아울러 그 2남의 해석으로서는 “남이란 왕화(王化)가 북방으로부터 남방에 미친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억지 해석도 이만저만이 아닌 가소로운 것이며, 그것은 마치 예전에 과거 보는 서생이 고시(古詩)의 ‘석석염(昔昔鹽)’을 식염이라고 해석하는 따위와 같은 것이다(본래는 악곡명).

이제 나의 의견을 말하여 본다면 ‘남’은 당시의 일종의 음악의 이름이며 그 절주(節奏)가 따로 한 체를 이룬 것으로 ‘아’나 ‘송’과는 다른 것이다. ‘의례(儀禮)’의 ‘향음주례’편의 연(燕)(안(宴))례(禮)에 의하면 악공이 간악(間樂)과 가악을 노래하고 생악(笙樂)을 연주한 후에 합악으로 끝나는데 합악에서 부르는 노래가 주남의 ‘관저’·‘갈담(葛覃)’·‘권이(卷耳)’와 소남의 ‘작소(鵲巢)’·‘채번’·‘채빈’이었다고 하였다. ‘논어’에는 또 “합악으로 노래한 관저의 말장이 귀에 가득하도다”라고 하였는데 ‘난(亂)’이란 악곡이 끝날 때에 연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종합하여 생각하여 본다면 ‘남’이란 일종의 합창음악으로서 음악이 끝날 때에 노래한 것이고 노래하는 사람은 악공에 그치지 않은 듯하다. 그러기에 “그 끝날 때 소리가 귀에 가득하다”고 한 것이다.

 (2) ‘풍’의 해석
‘모시’의 서에 ‘풍’자의 뜻으로서 “위에 앉아 통치자는 아래의 백성을 성현의 유풍으로써 교화하고 백성은 통치자의 허물을 멀리 풍자함”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이 역시 억지 해석이라고 하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풍(風)’이란 ‘풍(諷)’이며 그것도 ‘소리내어 외움’이라고 할 때의 ‘풍(風)’자의 본 글자인 것이다. ‘한서’의 ‘예문지’에 “노래하지 않고 소리내어 외우는 것을 부(賦)”라고 하였다. ‘풍(風)’은 곧 다만 소리내어 외울 수 있으나 노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의례’·‘예기’·‘좌전’에 나오는 노래된 시에는 풍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좌전’에서 향연을 기술할 때에 언급한 시를 풍(풍송)한다는 것은 다 ‘부’인 것이니 바로 ‘노래하지 않고 소리내어 외운다’는 경우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후에 풍을 노래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으나 만약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면 아마도 공자가 음악을 바로잡은 후의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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